美 시리아 철군, 지금 왜?...앞으로 어떻게 되나

입력 2018.12.21 11:48

"미국이 중동의 경찰이 되기를 원할까. 우리가 하는 일에 고마운 줄도 모르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중한 목숨과 수조달러의 돈을 쓰는 것 외에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2000여 명의 시리아 미군을 모두 철수하라고 명령한 이후 미국 의회는 물론 동맹국들로부터 각종 비판이 쏟아지자 트위터에 "시리아 철군은 자신의 오래된 공약"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시리아 철군 결정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철군 시점을 ‘30일 내’, 로이터통신은 ‘60일에서 100일 이내’가 철군 완료 시점이라고 각각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조선DB
문제는 동맹국은 물론, 백악관 참모들과 국방부조차도 철군 결정의 배경을 전혀 알지 못한 것처럼 비춰졌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우리는 IS를 격퇴했고 영토를 되찾았다"면서 ‘셀프 승전’ 선언을 했으나, 대다수 전문가와 행정부 관료·의원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 행정부 내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대외 정책에 대한 견제가 무너진 상황이 여과 없이 드러남에 따라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시리아서 美 철군하면 러시아∙이란 영향 커질듯...쿠르드족 ‘위기’, 이스라엘∙사우디 ‘불안’

시리아 철군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쿠르드족 지배 지역에 ‘힘의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미국이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한 것은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다. 현재 약 2000명이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이 주도하는 시리아민주군(SDF) 등을 훈련시키고 있다. 쿠르드족은 2014년부터 분리·독립을 목표로 미국의 지원을 받아 IS 격퇴전의 최전선에 서왔다.

쿠르드족의 보호막이었던 미군이 빠지면 터키는 시리아의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 쿠르드족 지역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쿠르드족을 협공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쿠르드족 IS와의 전투를 포기할 수도 있다. 현재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아 내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국토의 약 60%를 지배하고 있다. 쿠르드족의 지배 영역은 약 30%로 추산되며 나머지는 반체제파가 시리아 북서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결국 미군 철군으로 주도권은 러시아와 이란으로 기울고, 이란을 견제하려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불안 요소는 커지게 된다. 러시아가 중동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지만 미국은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일단, 프랑스 등 주요 동맹국들은 IS가 아직 토벌되지 않았다면서 시리아 내전에 계속 개입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개빈 윌리엄스 영국 국방장관은 시리아에서 IS를 격퇴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틀렸다고 했고,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20일 "미국이 빠지더라도 시리아에 남아 IS 격퇴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군이 전차를 앞세우고 반군의 마지막 거점 동구타 두마 지역 외곽에 집결해 있다. /조선DB
트럼프 대통령이 승전을 선언한 IS는 시리아에서 점령지 대부분을 잃었지만 완전히 몰락한 것은 아니다. 시리아 하진과 이라크 등지에 3만명 가량의 전투원이 있다. 해당 지역에선 하루 평균 75건의 IS 공격이 발생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킨 뒤 IS가 부상한 사례를 들며 "오바마 같은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 트럼프, 터키의 쿠르드 공격 계획 묵인하나…‘터키의 IS 격퇴’ 조건?

사실 시리아 철군은 2016년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다. ‘외국에서 미국의 세금을 쓰는 일은 안 한다’는 원칙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동 정세가 여전히 복잡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철군 결정을 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우선, 터키가 쿠르드 민병대를 겨냥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것이 철군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다.

철군 결정은 터키가 시리아의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예고한 이후 이뤄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12일 조만간 국경을 넘어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공격하겠다고 밝혔고, 17일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답변을 들었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8일 터키에 35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미사일 방어체계 수출을 승인했다.

미국이 무기 판매를 대가로 시리아 쿠르드에 대한 터키의 공격을 묵인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터키는 자국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우려해 시리아의 쿠르드족을 공격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BC는 지난 14일 가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가 철군 결정을 촉발시켰다고 전했다.

이 통화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족 공격 계획을 알리는 동시에 터키가 IS 격퇴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안심시켰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시리아에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심경을 말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 터키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미국을 압박한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 스캔들’로 사면초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한 정치적 의도로 ‘철군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 美, 아프간서도 철군?...중동정책 기로에 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을 결정한 데 이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병력의 상당한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미국의 중동 정책이 큰 전환점을 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이날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17년간 지속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현재 1만4000명 수준인 아프간 주둔 미군의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 ‘경찰(Policeman)’이라는 표현이라는 쓴 것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온 대(對)테러 전쟁으로부터 발을 빼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경찰’ 제2차 대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의 적극적 ‘개입주의 외교’를 상징하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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