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18년 올해의 단어로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s trap)'을 선정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전쟁을 비롯한 전방위적인 갈등으로 세계적인 긴장이 고조된 상황을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기원전 5세기 급부상하는 아테네와 이를 억누르려 했던 스파르타 사이에 벌어진 펠로폰네소스전쟁(BC 431~BC 404년)을 설명한 데서 유래했다.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국은 구조적인 긴장 때문에 전쟁으로 치닫는다'는 뜻이다. FT는 19일(현지 시각) "올해 미·중 양국은 무역 전쟁을 필두로 여러 방면에서 긴장이 고조됐다"며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의미하는 대로 흘러가는 양상"이라고 했다.
이 용어는 2012년 그레이엄 T 앨리슨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FT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제시했다. 앨리슨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이 문제를 역사적으로 짚었다. 그는 "역사적으로 투키디데스 함정에 해당하는 사례가 16건 있었고, 그중 12건이 실제 충돌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공식 석상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을 언급한 적이 있다. 2014년 1월 한 외신 인터뷰에서 그는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는 DNA가 없다"며 "우리(미·중) 모두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말과 달리 올해 미·중 간의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지난 7월 양국은 상호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 총성을 울렸다. 이후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잠시 휴전하기로 했으나 같은 날 멍완저우 중국 화웨이 부회장이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긴장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