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땅속 터널, 자동차가 레일을 타고 질주했다

조선일보
  • 박건형 특파원
    입력 2018.12.20 03:01

    '머스크의 고속터널' 공개… 박건형 특파원 르포

    박건형 특파원
    박건형 특파원
    18일(현지 시각) 미국 LA 서부 호손 공항 옆의 한 식당 건물 주차장으로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X'가 들어섰다. 운전자가 주차장 한쪽에 차를 세우자 곧바로 차량은 주변 바닥과 함께 서서히 땅속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하 터널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가 작동한 것이다. 모델X는 터널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쏜살같이 달려 잠시 후에 1.14마일(1.8㎞) 거리에 있는 민간 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 주차장에 도착했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실려 지상으로 나왔다. 지상에서 보면 마치 영화 배트맨에서 배트카가 등장하는 것같이 비현실적인 모습이었다.

    공항 인근 상습 정체 구간 지하에 전혀 새로운 길을 만들어낸 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다. 이날 처음 시연한 이 신개념 교통 시스템의 이름은 '루프(loop·고리)'. 테슬라를 창업해 전기차를 대중화하고, 스페이스X를 세워 민간 우주시대를 연 머스크가 도심 교통 정체를 해결하겠다며 개발한 야심작이다.

    모델X를 타고 터널을 달려 개통식에 등장한 머스크는 "최고 시속 150마일(240㎞)로 달릴 수 있는 이 터널은 도심을 순간이동(텔레포트)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라며 "수많은 터널을 만들고 서로 연결해 땅속에 3차원(3D)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머스크는 2016년 12월 자신의 트위터에 "LA의 교통 체증을 해결할 지하 터널을 파고 있다"고 올렸다. 터널은 깊이만 다르게 하면 지하에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는 데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최고의 교통 시스템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후 머스크는 터널 굴착 회사인 보링컴퍼니를 설립하고 애벌레 형태의 초대형 굴착기기 '고도(Godot)'를 만들어 지하 9m에 직경 4.2m, 높이 3.5m의 터널을 파기 시작했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LA 호손 공항 옆 한 건물 주차장에서 공개된 신개념 교통 시스템 ‘루프(Loop·고리)’ 터널 입구에 테슬라 SUV ‘모델 X’가 들어서고 있다. 이 터널은 테슬라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가 “LA의 교통 체증을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미래형 교통 시스템이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LA 호손 공항 옆 한 건물 주차장에서 공개된 신개념 교통 시스템 ‘루프(Loop·고리)’ 터널 입구에 테슬라 SUV ‘모델 X’가 들어서고 있다. 이 터널은 테슬라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가 “LA의 교통 체증을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미래형 교통 시스템이다. /AFP 연합뉴스

    머스크는 루프에 '스케이트(skate)'라는 기술을 적용했다. 터널에 깔린 레일 위에 썰매 형태의 판을 올리고, '전기 기관차(일렉트릭 로코모션)'라는 이름의 전기장 발생 장치를 이용해 레일에 전기를 흘려 넣으면 썰매가 얼음판을 미끄러지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이 위에 8~16명의 승객과 자전거 등을 실을 수 있는 캡슐을 올리면 마치 지하철이 움직이는 것처럼 사람을 나를 수 있는 원리이다. 이날 승용차 시연은 앞바퀴에 레일 위를 벗어나지 않게 하는 보조 바퀴 형태의 기기를 장착해 터널 안을 최고 속도로 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머스크는 루프의 장점으로 역이나 승강장이 필요한 지하철이나 버스와 달리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사람과 차량을 동시에 실어 나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터널로 진입하고 나오는 엘리베이터를 도심 곳곳에 설치하고, 단독주택의 주차장에도 만들어 가정에서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터널 사용료는 사람의 경우에는 대중교통보다 싼 1달러(약 1100원), 차량은 4달러 수준으로 책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미 미국 곳곳에서는 루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LA 시내 주요 지점과 LA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을 연결하는 '더그아웃 루프'가 굴착을 시작했고, 시카고에서는 오헤어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28㎞ 길이의 루프가 환경영향평가에 들어갔다. 다만 아직 상용화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이날 시승 참여자들은 "콘크리트로 된 터널 내부의 굴곡이 심해 승차감이 좋지 않았고, 좁은 터널을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달린다는 점도 괴기스러웠다"면서 "최고 시속도 당초 시연과 달리 60~80㎞에 그쳤다"고 했다.

    로켓 재활용, 우주 인터넷 같은 비현실적인 프로젝트에 잇따라 도전하며 '현실의 아이언맨'으로 불리는 머스크는 루프 다음 단계도 준비하고 있다. 도심용인 루프와 달리 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하이퍼루프(hyperloop)' 시스템이다. 하이퍼루프는 터널 안을 진공으로 만들어 공기 저항을 없앤 뒤 자기장을 이용해 승객이 탄 캡슐을 마치 총알처럼 쏘아 보내는 개념이다. 이론적으로 시속 1200㎞ 이상으로 달릴 수 있어 차량으로 6시간, 비행기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 600㎞ 거리를 30분이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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