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밤을 지새우고 법을 어기는 극단적인 선택도 서슴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 시각) 화웨이를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위기에 처하게도 한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을 성사시키는 이른바 ‘늑대문화’였다고 분석했다.
최근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어기고 이란 통신사와 거래한 혐의로 캐나다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등 화웨이 위기의 원인은 부정을 용인하는 회사 내부 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화웨이 로고. /조선DB
늑대문화는 화웨이를 세계적인 통신 장비 및 스마트폰 제조 기업으로 키워낸 일등 공신으로 꼽혔다. 화웨이가 세계 주요 무대에 진출하기 전 SUV를 타고 추위와 불면증을 무릅쓰고 시베리아·티베트 고산지대를 누비며 통신장비를 판매하고 야전침대를 숙소 삼아 밤새 연구에 몰두한 직원들의 전투력이 오늘날 화웨이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나 늑대문화에는 화웨이의 성공 신화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법과 규율을 어기는 것을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NYT는 화웨이 직원들이 아프리카 사업 수주를 위해 정부 관계자에게 뇌물을 건넸으며 미국 경쟁업체의 소프트웨어를 베끼고 미국 통신업체 티모바일(T-Mobile)의 로봇 기술을 훔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화웨이는 2002년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제재를 어기고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정권에 기술을 판매한 해외 기업 리스트에 올랐고, 소프트웨어를 베꼈다는 혐의로 미국 시스코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공식적으로는 법과 규제를 어긴 직원을 해고하는 등 뇌물 수수나 기술 도난 등 부정을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런정페이 회장은 지나친 직원 통제가 회사 이익에 지장을 줘선 안된다며 법보다는 이익을 강조했다. 그는 "그것(법 준수)이 생산을 방해한다면 우리는 모두 굶어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화웨이에는 내부 기밀 폭로, 법과 규제 위반 등 절대 해서는 안되는 직원 가이드라인 ‘레드라인’과 거래를 따내기 위해 선물 등 유인책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옐로우라인’이 있었다. 그러나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 지침의 경계가 모호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NYT는 직원들에게 부정을 용인하는 내부 문화로 인해 멍완저우 부회장이 체포되고 미국과 중국간 관계도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선 화웨이와 중국 통신장비 기업들의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5개국(호주, 영국,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의 정보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는 화웨이를 5G 네트워크 사업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