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비대위가 현역 의원 21명이 포함된 인적 쇄신 명단을 내놓고 이들의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하거나 향후 공모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명단에는 김무성·홍문종 의원 등 비박·친박계 핵심 인사들도 포함됐고 규모도 예상보다 컸다는 평가다. 하지만 검찰에 기소되거나 사전 불출마 선언을 한 인사들을 제외하면 실질적 교체 대상은 6명에 불과하다. 국가 문제는 외면하고 지역 활동만 하는 '웰빙' 의원 상당수도 살아남았다.
이미 한국당은 몇 차례 쇄신안을 내놨지만 그때마다 말뿐으로 끝났다. 반성과 변신은커녕 '네 탓' 집안싸움만 되풀이하다 흐지부지됐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하지만 물갈이 명단 발표는 시작에 불과하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지키고 안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수정당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국정의 균형을 위해서다. 하지만 나라의 미래보다 자신의 작은 기득권 지키기에만 목을 매던 한국당의 구태(舊態)가 쉽게 바뀔 리 없다. 친박·비박 싸움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친박 신당론'도 다시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된다면 쇄신 노력은 다시 한 번 '역시나'로 끝날 수밖에 없다.
한 자릿수까지 추락했던 한국당 지지율이 최근 20%대까지 회복했다고 하지만 현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과 불통 행보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이다. 한국당이 자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점수를 딴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뼈를 깎는 혁신과 참신한 인재 영입을 통해 새로운 보수 정당의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 언제든지 다시 곤두박질칠 것이다. 그리고 보수 재건의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