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물 엎질러진 뒤 나온 韓銀 보고서

조선일보
입력 2018.12.15 03:13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을 감소시킨다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나왔다. 기업이나 고용주가 인건비 부담 증가에 대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이런 역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은은 또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근로자 임금까지 함께 끌어올리기 때문에 영세기업들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초래된다고도 밝혔다. 기업 현장에서는 다 아는 얘기다. 그걸 물이 엎질러진 뒤에야 발표했다. 그것도 며칠 전 대통령이 최저임금 정책을 바꿀 듯이 언급하자 이틀 만에 부작용을 인정하는 보고서를 냈다. 한은까지 대통령 눈치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중앙은행인가, 민주당 연구소인가.

KDI·노동연구원·중소기업연구원 등 그 많은 국책 연구소 어디도 최저임금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영세 상공인과 자영업자들 폐업 사태가 벌어지고 고용 참사가 본격화된 뒤에도 애매하고 추상적 표현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쳤다. 그러는 사이 100만명에 가까운 자영업자가 폐업하고 서민 일자리 수십만 개가 사라졌으며 소득 분배가 최악이 됐다.

올해 16.4% 인상된 데 이어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이 또 10.9% 오른다. 지금도 힘든데 또 두 자릿수로 오르면 버텨낼 영세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잘못하면 대량 실직 등 서민 경제에 혹한기가 닥칠 수 있다. 내년 최저임금을 손보기에도 이미 늦었다. 이 정부가 강성 노조와 다른 길을 갈 가능성도 없다. 최저임금 사태는 무능·무책임한 정권과 그에 영합하는 국책 기관들의 합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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