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 걱정없던 마이스터高도 최저임금 한파

입력 2018.12.14 03:11 | 수정 2018.12.14 15:47

[최저임금 2차 쇼크] [中] 고졸 청년들, 졸업이 두렵다
졸업생 86%가 中企서 일하는데 인건비 부담에 채용 확 줄어들어
일부 고교는 취업률 98→57%

지난 10일 경북 구미시에 있는 마이스터고(高)인 금오공고의 교무실을 들어서자 '학생 취업 현황'이라는 큰 칠판이 눈에 들어왔다. 졸업 예정인 고3 학생의 이름 옆에는 본인 사진과 취업한 기업명이 촘촘하게 적혀 있었다. 칠판 위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내년 졸업 예정 196명 중 현재 111명 취업, 취업률 56.6%'라고 쓰여 있었다. 안성용 교사는 "작년 이맘때는 여기 칠판에 취업한 학생 이름과 기업명으로 꽉 찼었는데, 빈자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엊그제는 한 중소기업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을 따져보니 도저히 고졸 신입 기술자를 뽑을 상황이 아니다'라며 구인 의뢰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에는 졸업 예정자 취업률이 85~ 90%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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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술 알아줄 회사 있을까요 - 경북 구미시에 있는 마이스터고 금오공고 3학년 학생들이 지난 10일 금속 절삭 기계를 다루며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해 취업률 96%를 달성했던 이 학교는 12월 10일 현재 취업률 57%로 내년 졸업생의 절반만 취업을 확정했다. /김지호 기자
장기 불황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고용 불안이 고졸(高卒) 청년들을 덮치고 있다. '졸업생은 원하면 모두 취업된다'는 직업·실업고 명문인 마이스터고마저 졸업생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본지가 전국 48개 마이스터고 중 20곳에 취업 현황을 문의한 결과, 취업률을 공개한 10곳의 현재 취업률은 평균 68%에 불과했다. 이 10개 학교의 올 2월 졸업생 최종 취업률은 평균 94%였다. 현재 추세라면 70%대에 턱걸이할 분위기다. 문의받은 학교 중 절반인 10개 학교는 아예 취업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반 특성화고(과거 실업계고) 9만여 졸업 예정자들의 취업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이미 올해 2월 졸업생의 취업률은 2009년 이후 최저치인 65.1%까지 떨어졌는데 내년에는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고졸 근로자의 대다수가 취업하는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급등 직격탄을 맞고 채용을 대폭 줄이자, 내년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참사 수준의 고용 부진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내년 고졸 실업자 3만여 명 쏟아질 우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교사들은 올해 내내 중소기업을 돌면서 '아이들을 받아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전남 지역 마이스터고의 박모 교사는 "모든 교사가 경기도, 강원도 등 안 가본 곳이 없다"며 "그런데도 졸업 예정생 열 명 중 네 명은 아직도 갈 곳을 못 정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아이들 구직 부탁을 하면 중소기업 사장들은 '경력 3~4년 차 기술자 시급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되묻는다"고 했다. 3년 차가 시급 9000원인데 막 졸업한 신입 사원에게 내년에는 최저임금 8350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괜히 신입 뽑았다가 고참 기술자 임금도 줄줄이 올리는 인건비 인상 도미노가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올해 2월에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90%였던 삼천포 공업고등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학교 내년 졸업예정자의 현재 취업률은 45%에 불과하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제조업 불황에 조선·자동차·기계설비 등 신입 기술자를 뽑을 여력이 되는 중소기업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마이스터고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교육계에서는 500여 곳의 특성화고 가운데 상당수가 취업률 50% 미만일 것이라는 흉흉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대학 진학자(3만여 명)를 뺀 졸업 예정자 6만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졸업하자마자 실업자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충남도교육청의 관계자는 "도내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잠정 2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 교육 시설도 한파

고용 한파는 전문 교육시설에도 매섭다. 금형조합과 금형분야 중소기업들이 150여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금형기술연구원은 작년 20대 청년 40여 명을 4개월 교육해 모두 중기에 취직시켰다. 올해 상황은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을 경험한 이 조합의 500여 회원사가 모두 교육생 채용에 손사래를 친 것이다. 3년 전만 해도 금형을 배운 고졸 신입을 서로 데려가려고 아우성이었는데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박순황 금형조합 이사장은 "불황에 최저임금 인상, 각종 노동 규제까지 겹치면서 아무도 신입을 안 뽑는다"며 "교육생들이 취직을 못 해 좋은 취지로 출발한 교육원까지 망가질까 봐 조합 임원사들이 교육생들을 떠안고 있지만 여전히 미취업 교육생이 남아 있다"고 했다.

중기의 채용 축소는 고졸 근로자에게 직격탄이다. 고졸 이하 학력의 상시 근로자 431만 명 가운데 372만 명(86%)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최근 실업자 통계에 따르면 올 11월에 고졸 이하의 실업자 수는 47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8000명이나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대졸 이상의 실업자는 42만9000명으로 2만 명이 줄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2021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를 경우 4년간 47만6000명의 고용이 감소한다"며 "이 가운데 대기업 정규직 감소는 1만5800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대기업의 비정규직이거나 중소기업에서 줄어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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