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熱水 시한폭탄' 돈다… 서울·대구 등 203곳 이상징후

입력 2018.12.14 03:05

[오늘의 세상]
20년 넘은 전국 열수관 점검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전국의 노후 열수관을 긴급 점검한 결과 서울·경기·대구 등 203곳에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고 13일 밝혔다. 난방공사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열수관 2164㎞ 가운데 20년 이상 된 686㎞를 열화상카메라와 인력 93명을 투입해 긴급 점검을 했다. 이상 징후가 발견된 203곳 중 위험이 특히 큰 곳도 16곳이었다. 이 중 5곳은 굴착 공사로 점검한 결과 큰 문제가 없었고, 나머지 11곳은 굴착 공사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난방공사는 내달 12일까지 추가 정밀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난방공사는 또 사고가 난 백석역 열수관과 같은 공법으로 매설된 443곳 열수관을 확인하고, 내년 3월까지 굴착 공사를 통해 열수관 상태를 점검하고 보강·교체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과 임직원들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기 고양시 백석역 열수관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다.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과 임직원들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기 고양시 백석역 열수관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경기도 백석역 열수관 사고 발생 9일 만에 사고 원인과 긴급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뒤늦은 대책에 최근 유사 사고까지 잇따르면서 '발밑 위험물' 공포는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서울 목동에서, 12일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열수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점검 결과 백석역 열수관과 같은 공법으로 매설돼 사고 위험성이 있는 지점은 403곳에 달하고, 이상 징후가 포착된 노후 열수관도 203곳이었다. 서울과 고양·분당은 물론 경기 수원·용인, 대구에 이르기까지 전국이 위험했다. 불안감은 커졌지만 정작 석 달 뒤인 내년 3월 말이 되어야 문제가 된 열수관 점검·교체가 완료될 예정이어서 주민들은 겨울 내내 불안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다. 난방공사는 문제의 열수관이 매설된 구체적인 지점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주민 안전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석역 사고, 징후조차 파악 못 해"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13일 "안전 관리 시스템이 변화하는 환경을 고려하지 못해 사고를 방지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난방공사는 "백석역 사고는 길이 12m 열수관을 서로 연결하는 용접 부분에 사각형 덮개가 노후화해 손상이 발생한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열수관 연결 용접부 덮개는 2002년 이전에 시공된 곳에만 있다. 백석역 열수관은 1991년 매설됐는데, 이런 방식으로 매설된 열수관이 전국 443곳이고, 수도권에만 80%가 몰려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노후 열수관 긴급 안전점검 결과 이상 징후 발견된 203개 지역 외
난방공사는 그동안 용접 부분 덮개 파손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사고 발생 뒤에야 실태 파악에 나섰다. 황창화 사장은 "난방공사 30여 년 동안 온수관에 금이 가거나 찢긴 사고는 종종 있었지만 백석역 같은 폭발형 사고는 처음이었다"며 "현재 매뉴얼로는 사고 징후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안전 점검 매뉴얼 자체가 엉터리였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난방공사는 443곳 열수관을 모두 파내 용접부 덮개 상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내년 3월 말까지 보강·교체 공사를 하겠다지만 언제 어디서 유사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뒤늦은 노후 열수관 전수 점검

백석역 열수관 사고는 난방공사의 노후관에 대한 사전 점검과 관리 부실이 빚은 인재(人災)로 밝혀지고 있다. 난방공사는 백석역 열수관이 수명을 다한 위험 구간이라는 사실을 사고 이전에 알고 있었는데도 바로 조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난방공사는 지난달 고양시 전체 열수관을 대상으로 사용 가능 연한 조사를 진행했다. 점검 결과 고양 지역 341㎞ 열수관 중에서 백석역 열수관을 비롯해 10%인 34.1㎞가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대 수명이 '0년'이 안 되는 위험 1등급으로 분류됐는데도 사고 때까지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난방공사는 사고가 발생하자 뒤늦게 20년 넘는 노후 열수관 전 구간(686㎞)에 대해 긴급 점검을 진행했다. 난방공사 전체 열수관(2164㎞)의 32%다.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지열 차이를 분석하는 방식이었는데 서울 여의도·상암·반포(78곳), 서울 강남·송파·서초(18곳), 경기 분당(49곳)·고양(24곳)·용인(15곳)·수원(7곳), 대구(12곳) 등 전국 203곳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난방공사는 다음 달 12일까지 정밀 장비를 동원해 추가 진단을 한 뒤 취약 지점으로 분류되는 곳은 보수·교체 작업 전까지 매일 열화상카메라로 검사를 하기로 했다.

◇절반 가까운 민간 열수관은 어쩌나

이번 난방공사의 열수관 긴급 점검이나 대책에는 지방자치단체 산하나 민간 업체가 관리하는 열수관이 제외돼 불안감을 키운다. 전국 열수관 3956㎞ 중 난방공사가 관리하는 열수관은 절반이 조금 넘는 2164㎞이고, 나머지 1792㎞는 지역 난방 사업자가 관리한다. 지난 11일과 12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목동과 경기 안산 고잔동 열수관도 서울에너지공사와 안산도시개발이 각각 관리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황창화 사장에 대해서도 '정치인 낙하산 인사'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황 사장은 국무총리 정무수석비서관, 국회 도서관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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