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걸크러시' 할머니

입력 2018.12.14 03:02

펠로시, 트럼프와 백악관 설전후 인기 치솟아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원내대표가 지난 1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을 마친 뒤 오렌지색 막스마라 코트와 아르마니 선글라스를 쓴 채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걸어 나오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원내대표가 지난 1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을 마친 뒤 오렌지색 막스마라 코트와 아르마니 선글라스를 쓴 채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걸어 나오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가 둘러앉아 국경 장벽 건설 예산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설전(舌戰)을 벌였다.

토론은 별 결실을 보지 못한 채 끝났지만, 이날 4자 회담으로 한 명은 인기가 크게 치솟았다. 얼마 전까지 해도 차기 하원 의장 후보 사퇴 압박을 받았던 펠로시(78)다.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할 말을 다 한 펠로시는 회담을 마친 직후 민주당 동료들과 가진 미팅에서 "나는 (트럼프를 달래는) 엄마 역할을 하려고 했지만 스컹크랑 오줌 싸기 경쟁(tinkle contest)을 하면 나 자신도 오줌 범벅이 되더라"며 거침없는 입담을 선보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펠로시가 의도적으로 'tinkle'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보았다. 사전상 이 단어는 '(종이나 시계 등이) 쨍그랑·딸랑 하는 소리'라는 뜻과, '오줌을 싼다'는 뜻이 있다. 엄마가 아기 오줌을 누이면서 하는 "쉬~" 라는 말이기도 하다. 펠로시가 이 단어를 통해 트럼프를 턱받이를 하고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비춰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선 "'tinkle'이라는 말을 어릴 때 이후 처음 들어본다" "멋있다"는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펠로시가 백악관 회동을 마치고 나오면서 입었던 오렌지색 막스마라 코트와 아르마니 선글라스도 화제가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펠로시 코트는 지난 6월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가 걸쳤던 재킷만큼 유명해졌다"고 보도했다. 멜라니아는 당시 이민자 아동 수용소를 방문할 당시 등에 '나는 상관 안 해. 너는?'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재킷을 입어 화제가 됐다.

대통령한테 할 말 다한 뒤에 영화배우처럼 선글라스 척 걸치고 세련된 코트 휘감고 유유자적 백악관을 등지고 나오는 78세 할머니가 제대로 '걸 크러시(Girl Crush·여자도 반할 멋진 여자)'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여성들의 새로운 파워 슈트 등장. 레드 코트, 선글라스, 강철 신경줄, 지성'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2002년부터 16년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맡아 온 펠로시는 얼마 전까지 민심에 둔감한 민주당 내 구악(舊惡)의 상징으로 꼽혔다. 민주당 신진 세력 사이에서 '펠로시 교체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4자 회동 뒤에는 "나이 들고 노회한 정치인으로 간주됐던 펠로시가 화끈한 할머니(feisty grandma)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 줌으로써 지지층 사이에서 다시 쿨한 인물로 부상했다"(WP)는 평가가 나왔다.

펠로시는 12일 "민주당 내 반대 세력과 합의하에 4년간만 원내대표직을 더 수행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2020년 대선과 2022년 중간선거도 그 시점에서 80세가 넘은 펠로시 체제하에 치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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