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존 디머스 법무부 차관보, 빌 프리스탭 FBI(연방수사국) 방첩본부장, 크리스포퍼 크렙스 국토안보부 사이버·기반시설보안국장이 12일(현지 시각) 일제히 '중국제조 2025'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들이 내세운 일관된 메시지는 '중국제조 2025는 제조업 업그레이드를 추구하는 기술 굴기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기술 도둑질인 범죄'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 외교·산업·사법·방첩 당국이 망라돼 '중국제조 2025'의 성격을 규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날 미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최근 '중국제조 2025'를 많이 언급하지 않는데 그게 그들이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중국제조 2025'의 문제는 중국의 급속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불공정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정말로 반대하는 건 기술 기밀을 훔치거나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따위의 행태"라고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이날 "중국이 '중국제조 2025' 계획 수정이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2025년까지 10개 첨단산업 분야 핵심 부품 자급률을 70%까지 올리기로 한 목표를 낮추고, 외국 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도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일부 분야의 목표 시한을 2025년에서 2035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스 장관의 이 발언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한 미 정부 차원의 첫 반응이었다. '근본적인 변화가 아닌 양보하는 시늉만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는 대중(對中)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날 미 상원 법사위가 개최한 청문회에선 디머스 법무부 차관보와 프리스탭 FBI 방첩본부장, 크렙스 국토안보부 사이버보안국장이 중국의 기술 도둑질을 안보 위협 차원에서 증언했다. 이들은 "중국의 사이버 공격과 지식재산권 절취가 미국 경제나 안전보장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디머스 차관보는 "중국의 전술은 간단하다"면서 "강탈하고 베끼고 바꿔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강탈하고 기술을 복제한다. 그리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대체한 뒤 결국에는 세계 시장에서 미국 기업을 대체하려 한다"고 말했다.
크렙스 국장은 "중국은 다른 나라의 기술과 민감한 지식재산을 그들 나라로 옮기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리스탭 본부장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으로 의심되는 수천 건의 제보를 미 연구소들로부터 받았다"며 "우리가 돌(의심 사건)을 뒤집어 볼 때마다, 그것(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고 말했다. 프리스탭은 중국의 행동은 해킹이나 스파이 활동처럼 명백히 불법적인 것도 있고, 대리회사를 내세워 합법적으로 보이지만 속임수인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자유 국가의 개방성을 악용해 합법적이지만 상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 중국의 스파이 행위를 맹비난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에서 스파이 및 영향력 있는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던 중 사회자가 "최근의 것은 메리어트였다"고 끼어들자, 곧바로 "맞는다(That's right)"고 답했다. 지난달 세계 최대 호텔그룹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에서 발생한 5억명의 고객 정보 해킹 사건의 배후로 중국을 지목한 것이다. 앞서 미국 언론이 중국 배후설을 제기한 적이 있지만 미 고위 관료가 중국을 공식 지목한 것은 처음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국토안보부와 FBI, 국무부 등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 싸우고 있다. 무역도 그중 한 부분"이라며 "중국은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