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뉴스 저격] 버튼만 눌러놓으면 알아서 척척… 核보다 무서운 AI무기

조선일보
  • 이철민 선임기자
    입력 2018.12.14 03:15

    화학·핵무기 이어… 美·中 '제3의 무기 혁명' 경쟁

    미 국방부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올 5월 개발한 무인(無人) 잠수함 추적선 '시 헌터(Sea Hunter)'는 인간의 개입 없이 수개월간 수천㎞를 항해하며 인공지능(AI)으로 적(敵) 잠수함을 추적한다. '시 헌터'의 1일 운용 비용은 2만달러로 능력이 비슷한 구축함을 하루 띄우는 비용(70만달러)보다 훨씬 싸다.

    떼로 몰려가 지형 정보를 교신하며 표적을 골라 공격하는 드론(drone), 전장을 누비며 기관총을 쏘는 AI 보병, 며칠씩 공중에 떠 있다가 적의 신호가 감지되면 바로 폭격하는 드론 미사일…. 최근 실전 배치되고 있는 AI 응용 무기들이다. 항공모함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케네스 페인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군사학)는 "자동 방어 무기를 갖춰도 500 ~1000파운드 폭탄을 실은 드론 1만개가 사방에서 고속으로 공격해 온다면 항공모함이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말했다.

    ◇AI, 화약·핵무기 이은 전쟁의 제3 혁명

    화력(火力)은 물론 사이버 전쟁에서도 AI는 상대의 정보통신 인프라와 무기 가동 소프트웨어의 약점을 발견해 교란할 수 있다. 상대의 최첨단 전략 무기를 무력(無力)하게 만드는 전형적 '비대칭(asymmetrical)' 무기인 셈이다. 올 4월 제네바에서 모인 80여 나라 AI·군사 전문가들은 "AI로 장착한 킬러 로봇은 화약과 핵무기에 이은 전쟁의 '제3 혁명'"이라는 데 동의했다.

    중국군 수뇌부가 AI의 군(軍) 활용성에 주목한 것은 2016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었다. '뉴아메리칸시큐리티'의 중국군 전문가인 엘사 케이니아는 "그들에게 이 대결은 AI가 전쟁에 견줄 만한 복잡한 분석과 전략 수립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전환점"이라고 했다. 현재 AI는 데이터를 소화해 비디오·음성 등의 패턴을 인식하는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에서 새로운 데이터에 적응해 실시간 최적의 선택을 하는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옮겨가고 있다.

    ◇세계 최대 데이터 확보한 中 '세계 1위' 야심

    정확하고 깊숙한 추론을 하는 AI 개발엔 방대한 데이터가 핵심적이다. 13억9000만개의 스마트폰이 사용되고 있으며, 10억여 명의 인터넷 이용자가 있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유리한 AI 환경이다. 이는 미국과 인도 두 나라의 인터넷 이용자 합계보다 3배나 많다. 중국인의 스마트폰 상품 결제 금액은 미국인의 50배가 넘는다. 대만 출신의 AI 전문가인 카이푸 리는 "중국은 이런 데이터를 사적(私的) 정보에 대한 고려 없이 모두 중앙 집중화해 민과 군, 정보 당국이 긴밀하게 활용한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작년 7월 '차세대 AI 개발 계획'을 발표한 이래 전 세계 AI 스타트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액이 급증하는 것도 주목된다. 최근 1년 새 중국의 AI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1500억달러로 전 세계 투자액의 48%에 달해 미국(38%)을 능가한다. 중국은 AI와 주요 응용 분야에서 2025년까지 미국과 동등한 수준을 이루고, 2030년에는 '지배적 위치'에 오르겠다는 게 목표다.

    지난달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로버트 워크 전 국방부 부(副)장관 등 안보·AI 전문가들은 "지금이 우리 시대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경고했다. 1957년 소련이 먼저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을 때처럼 지금은 AI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美 "AI 차르 설치해 中 도전 물리쳐야"

    물론 최적의 AI 알고리즘을 만드는 능력을 갖춘 인재 집단은 미국이 아직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구글 브레인·구글 클라우드·딥마인드 등 구글 한 곳이 전 세계 최고 AI 과학자의 50%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AI 칩 디자인·개발에서도 미국의 인텔과 AMD, 엔비디아(NVIDIA) 등이 뛰어나다. 하지만 중국은 치밀한 기술 절도(竊盜) 등으로 취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일례로 호주전략정책연구소는 "최근 10년간 중국군 과학자 3000명이 신분을 숨기고 서방 명문대의 AI 프로그램에서 배웠다"고 지난달 밝혔다. 중국 내 최대 AI·인터넷 기업들과 군의 엘리트 컴퓨터 과학자 간 융합 연구가 활발한 것도 AI 기술 절도와 연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맞서는 미국의 대응력은 취약하다. 구글이 드론 공격기의 실시간 영상 판독 능력을 개선하는 '프로젝트 메이븐(Maven)'에 참여하자 구글 직원 4000여 명이 올 4월 순다이 피차이 CEO에게 "비윤리적"이라는 항의 서한을 보냈고, 이후 구글이 '자동 살상 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한 게 이를 보여준다. 페이스북·아마존·애플 등 IT 기업들이 자사 고객의 데이터 보호에 필사적인 것도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슈턴 카터 전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초 "핵무기를 제조했던 맨해튼 프로젝트나 우주 경쟁을 한 항공우주국(NASA)처럼 지도력과 비전을 갖추고 AI 경쟁을 이기기 위해 자원을 관리·조정하는 'AI 차르'(tsar)가 필요하다"고 했다. 종합적 국가 전략을 갖춰 AI 시대를 열고 있는 중국에 맞서러면 국가적 차원의 총괄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AI 무기는 100만분의 1초 단위로 공격 판단… '인간의 통제' 여부 논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군사 무기가 고도화하면서 '공격이 최선의 방어'인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올 4월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RAND)연구소는 보고서에서 "AI 무기의 위력을 과신하는 국가가 우위를 점하려고 타국의 무기와 통제 시스템을 선제공격하고, 핵(核) 보복 능력까지 제압하려는 재앙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AI 무기는 매 순간 결정이 '마이크로초(秒·100만분의 1초)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기존 재래식 무기나 인간을 압도하게 된다.

    전쟁 과정에서 인간이 결정하던 '발사 명령'이 AI에 넘겨지는 데 따른 윤리적 문제도 제기된다. 미 국방부의 'AI 무기 사용 지침'은 '인간의 통제'를 강조한다. 하지만 수백, 수천 개의 AI 드론이 동원된 공격을 AI 무기로 맞서는 상황은 결국 인간의 손과 통제 범위를 벗어나 '로봇 대(對) 로봇'의 대결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전쟁의 어느 단계에서 AI와 기계가 '전범(戰犯)'으로 몰릴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유엔에선 1년 전부터 이런 자율살상무기(LAWS·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를 금지하자는 전문가 모임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셔널 인터레스트'지(誌)는 올 8월 "매우 효과적인 살상(殺傷) 무기들은 결국 금지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역사적으로도 장궁(長弓)·석궁·기관총·잠수함 등에 대해 도입 초기 도덕·윤리적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현대적 무기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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