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복판에 있는 15층짜리 오피스텔 건물이 인테리어 공사 도중 기둥에 심각한 균열이 발견돼 13일부터 폐쇄됐다. 입주민 덕분에 위험한 상황은 막을 수 있었지만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이 건물은 올 들어 두 차례 안전 점검을 받았지만 눈으로 보는 것이어서 균열을 찾아내지 못했다. 지난 3월 이 건물에 안전등급(A~E) 중 최상급 A등급을 줬던 강남구는 12일 위험하다는 신고를 받고 실시한 안전 점검에서 '즉각 사용 금지'에 해당하는 E등급(불량)을 내렸다. 믿을 수가 없다.

지난 6월 갑작스럽게 무너진 용산구 4층짜리 상가 건물도 한 달여 전부터 균열이 생기고 건물이 기울었다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담당 구청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지난 9월 인근 공사장 흙막이 붕괴로 건물이 기운 동작구 상도동 유치원 사고는 맨눈으로 봐도 위태한 상황이었고,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구청 측이 민원을 묵살했다. 낮이었다면 끔찍한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번에 폐쇄된 오피스텔 건물은 27년밖에 되지 않은 곳이다. 부실 시공이었을 것이다. 서울 시내에는 준공한 지 30년이 넘는 건물이 34만여 동이나 된다. 이 중 이런 부실 시공으로 지어진 건물이 얼마나 될지는 짐작하기도 힘들다.

인프라 노후화는 더욱 심각하다. 사망자가 발생한 일산 백석동 온수관 파열 사고가 불과 일주일 전인데, 하루 이틀 걸러 양천구 목동 아파트 인근과 경기도 안산시에서도 똑같은 일이 터졌다. 18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심의 고시원 화재 참사, KT 통신구 화재로 인한 통신 대란, KTX 열차 탈선 사고 등이 모두 한두 달 새 사고다. 그야말로 '사고 공화국'이다.

그래도 달라지지 않는 것은 전문성을 무시한 낙하산 인사다. 초대형 참사로 번질 뻔한 KTX 열차 탈선 사고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또 경찰 출신으로 민주당 낙선자 낙하산이 내정됐다. 과거 공항공사 사장 11명 중 7명이 이런 낙하산이었다.

코레일 탈선 사고를 겪고 이제 안전과 관련한 공기업만큼은 낙하산 인사를 하지 말자는 여론이 커지는데도 그 위에 또 낙하산을 내려보냈다. 이 정권 사람들은 다른 세상에 살면서 다른 세상 소리를 듣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