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연내 답방 어렵다"… 北군부, 南서 얻을 것 없다며 반발한 듯

조선일보
입력 2018.12.13 03:07

정보당국 "北내부서 '美에 끌려다닐 수 없다' 대화회의론 고개"
靑, 내년 1~2월로 재추진… 美北정상회담 이후로 미뤄질 수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 때 합의했던 김 위원장의 연내(年內)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일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이제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12일은 청와대가 당초 북한에 '김정은 답방일'로 제안했던 날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이날 언급은 청와대가 더 이상 김정은의 연내 답방에 집착하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청와대는 내년 1~2월로 추진하는 2차 미·북 정상회담 이전인 1월 중 답방을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추세로는 김정은 답방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정보 당국의 분석에 의하면, 김정은은 연내 답방을 포함해 미·북 비핵화 협상에 여전히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군부(軍部) 등 북한 정권 내부에서는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 같은 구체적 담보 없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 있다"는 '대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 걸림돌로 거론됐던 경호 및 안전의 문제는 이 같은 회의론에 비하면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화상으로 ‘GP철수 검증’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 감시 초소(GP) 남북 상호 검증 영상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화상으로 ‘GP철수 검증’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 감시 초소(GP) 남북 상호 검증 영상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현재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2차 미·북 정상회담과 대북 제재 완화, 남북 경협(經協)이다. 그런데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통해 그런 '선물'을 챙기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북한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울 답방과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둘러싼 북한 내부의 사정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여권 일부에서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최근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많이 화가 나 있다"고 말했다. 평양 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가 제재 완화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관계에 속도를 내주길 내심 기대했지만, 대북 제재를 이유로 미온적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미국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대북 제재 강화는 물론 인권(人權) 문제로 북한을 계속 압박한 것도 북한이 최근 대화의 문을 닫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일명 지하 벙커)를 찾아 남북이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시범 철수를 상호 검증하는 장면을 화상으로 지켜보면서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양측 군이 착실히 이행하면서 오늘의 신뢰에 이르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의 이런 신뢰야말로 전쟁 없는 한반도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며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고 했다. 이는 남북 정상 간 합의 사항인 김정은의 답방을 다시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김정은이 보낸 송이버섯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귤 200t을 보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2차 미·북 정상회담 전(前)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등 김정은 연내 답방 분위기를 띄워왔다. 문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들도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며 남북 합의 이행을 강조했었다.

청와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김정은이 한국과 미국은 물론 외교적 창구를 닫으며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8일 국무회의 때 "조만간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이 이루어질 전망"이라고 했지만, 그로부터 두 달이 넘은 지금도 김정은의 방중(訪中)과 방러는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제 청와대의 관심은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내년 1~2월로 예정된 2차 미·북 정상회담 전후(前後) 중 어디에 배치되느냐는 것이다. 김정은 연내 답방이 무산됐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선(先) 김정은 답방, 후(後)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있다. 서울 답방을 통해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김정은 서울 답방도 무기한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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