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만에 부활한 백남준 '세기말Ⅱ'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8.12.13 03:00

    뉴욕 휘트니미술관 다시 전시, 브라운관 TV 전세계서 모아… 한국 복원작업 본보기될듯

    금의환향에 29년이 걸렸다. 한국 미디어아트 선구자 백남준(1932~2006)의 대표작 '세기말 II'가 정비를 끝마치고 1989년 이 작품이 처음 공개됐던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 다시 설치되면서 '백남준 복원'이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현대미술 대표 전시 공간인 휘트니미술관은 50년간의 전시작 중 명작 70여 점을 추린 'Programmed: Rules, Codes, and Choreographies in Art, 1965~2018'을 내년 4월까지 진행한다.

    복원 기간 총 7년. 해외 박물관 지원 사업으로 이번 복원을 지원한 한국국제교류재단(KF) 측이 미술관과 최근 진행한 서면 문답에 따르면 "'재설치'가 아닌 '부활'"이다. 총 207대의 TV로 이뤄진 이 거대 작품은 휘트니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인 이듬해 하와이의 개인 소장자에게 넘어갔다가 관리 곤란으로 1993년 미술관에 기증됐다. 미술관 측은 "작품은 당시 소장자 자택 야외 통로에 보호 장치 없이 노출돼 있었고, 부품도 여럿 녹슬어 있었다"고 했다. 이후 수장고로 옮겨졌다가 2012년부터 복원 작업이 본격 진행됐다.

    휘트니미술관이 복원한 백남준의 ‘세기말 II’(426.7×1219.2×152.4㎝)를 관람객이 구경하고 있다.
    휘트니미술관이 복원한 백남준의 ‘세기말 II’(426.7×1219.2×152.4㎝)를 관람객이 구경하고 있다. /KF

    시청각 전문가 리처드 블로스, 예술품 복원가 라인하드 벡은 "작품에 적합한 브라운관 TV 및 부품을 세계 각지에서 모으고 테스트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고 했다. 단종된 TV를 구하려 각국을 수소문했다. 전자제품 회사 CTL 일렉트로닉스, Tru-Vu 대만 공장 등에서 원본과 가장 유사한 5·10·27인치 각기 다른 크기의 브라운관과 부품을 확보해 145대를 교체했다. 작품 하단을 구성하는 TV 장(欌)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 중고 사이트 크레이그스리스트를 뒤졌다. 작년 8월부터는 TV 속 영상을 프로그래밍하고 207개 모니터를 일일이 조정했다.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영상을 촬영해 백남준 측(Nam June Paik Estate)에 보낸 뒤 아카이브 대조 과정을 거쳐 온전한 영상으로 살려냈다.

    외형 복원뿐 아니라 철학적 선택도 필요했다. 고장 난 원작 브라운관 TV를 다른 종류로 교체하는 게 타당한지 합의해야 했다. 블로스는 "작품 최상단에 들어갈 5인치 모니터 18개는 미국 뷰젯(ViewZ)의 평면 모니터를 사용했다"며 "밝기와 색상 면에서 이베이에서 찾은 오래된 소니(Sony) 브라운관 제품보다 우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콘트롤러 제작 등 이번 복원에 도움을 준 국내 최고의 백남준 전문가 이정성 아트마스타 대표는 "평면 모니터로 교체하더라도 작품만 제대로 구현된다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남준 복원' 논쟁에도 중요한 참고가 될 전망이다. 내년 1월 31일 휘트니미술관은 '세기말 II' 복원 프로젝트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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