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世說新語] [497] 문유십의 (文有十宜)

조선일보
  •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8.12.13 0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명나라 때 설응기(薛應旂·1500~ 1575)가 말한, 문장이 반드시 갖춰야 할 열 가지(文有十宜)를 소개한다. '독서보(讀書譜)'에 나온다.

    첫 번째는 진(眞)이다. 글은 참된 진실을 담아야지 거짓을 희롱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해서는 안 될 말까지 다 드러내서는 안 되니 경계의 분간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실(實)이다. 사실을 적어야지 헛소리를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이때 다 까발리는 것과 사실을 말하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 세 번째는 아(雅)다. 글은 우아해야지 속기(俗氣)를 띠면 안 된다. 겉만 꾸미고 속이 속되고 추하면 가증스럽다. 네 번째는 청(淸)이다. 글은 맑아야지 혼탁해서는 못쓴다. 그래도 무미건조해서는 곤란하다. 다섯 번째는 창(暢)이다. 글은 시원스러워야지 움츠러들어서는 안 된다. 이때도 시원스레 활달한 것과 제멋대로 구는 것의 구별이 필요하다.

    여섯 번째는 현(顯)이다.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나야지 감춰지면 안 된다. 하지만 뜻이 천근(淺近)해서 여운이 없는 글은 못쓴다. 일곱 번째는 적확(的確)이다. 꼭 맞게 핵심을 찔러야지 변죽만 울리면 못쓰는 글이다. 그러자면 글이 한층 상쾌해야 한다. 여덟 번째는 경발(警拔)이다. 글은 시원스러워야지 낮고 더러워서는 안 된다. 그래도 그 안에 화평스러운 기운이 깃들어야 한다. 이게 참 어렵다. 아홉 번째는 남이 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것(作不經人道語)이다. 제 말을 해야지 남의 말을 주워 모아서는 안 된다. 다만 문장의 구법(句法)과 자법(字法)은 모두 바탕이 있어야 한다. 억지로 지어내면 못쓴다. 마지막 열 번째를 필자가 추가하자면 간(簡)을 꼽겠다. 글은 간결해야지 너절해서는 안 된다. 할 말만 해서 자기 뜻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어서 그는 통탄한다. 요즘 사람은 공부도 없고 문장의 법도도 모르면서 남의 말을 끌어와 그럴듯한 흉내로 남의 이목을 속이기만 좋아한다. 한번 보면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서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제목과 관계도 없는 내용을 늘어놓아 대중을 현혹하고 법도도 지키지 않는다. 이런 글은 모두 문마필요(文魔筆妖), 즉 문장의 마귀요 글의 요괴에 해당한다. 이를 범하는 자는 당장 몰아내어 경계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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