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화웨이

조선일보
  • 안용현 논설위원
    입력 2018.12.13 03:16

    통신 장교였던 런정페이(任正非)는 마흔 되던 1984년 군복을 벗었다. 그때 중국군에도 구조조정 파도가 몰아쳤다. 그는 정부가 정해준 국영기업 자리를 박차고 나와 1988년 개혁·개방 1번지 선전에 통신회사 화웨이(華爲)를 세웠다. 자본금 2만1000위안(약 360만원)에 직원 5명, 밤샘용 야전침대가 전부였다. 처음엔 유선 전화 교환기를 수입해 팔다가 1991년 자체 기술로 만들어냈다. "농촌 혁명에서 시작해 도시를 포위한다"는 마오쩌둥 전략을 모방해 지방 곳곳에 직원을 두고 고장 나면 바로 달려가 수리해줬다. 그 이름이 대도시로 퍼졌다.

    ▶화웨이는 1993년 군 통신 장비 공급권을 따내면서 급성장한다. 민간 기업이지만 중국 정부, 특히 중국군이 사실상 소유주일 것이란 의심을 사는 배경이다. 불투명한 기업 구조도 미스터리다. 창업자 런정페이의 지분은 1.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8만4000여 직원이 나눠 갖고 있다. 작년 매출이 104조원이지만 세계 증시 어디에도 상장되지 않았다. '후계자를 키운다'는 이유로 부회장 3명이 6개월마다 돌아가며 CEO를 맡는다. 내부를 들여다보기 어려운 '비밀의 제국'이다. 미국이 화웨이 통신 장비와 휴대전화에 해킹 프로그램이 숨겨져 있을 것으로 의심하는 것도 근거가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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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웨이는 해외 진출도 '마오 방식'을 썼다. 30~40% 값싼 가성비로 아프리카와 동남아 시장부터 장악했다. 시베리아와 에베레스트에도 화웨이 통신망이 깔렸다. 지난해는 매출의 14.7%인 15조원을 연구·개발에 썼다. 특허 출원 건수도 세계 1위다. 차세대 무선 통신 표준인 5G에서 세계 패권을 노리고 있다. 5G는 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 같은 4차 산업혁명과 직결된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아예 경쟁 상대도 되지 못한다.

    ▶캐나다에서 체포됐던 런정페이 딸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이 어제 보석으로 풀려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멍완저우 체포건에 "개입할 수 있다"고 공개 언급할 만큼 화웨이는 미·중 무역 전쟁에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일본·호주도 줄줄이 화웨이 장비 불매를 선언했고 영국·독일은 고민에 빠졌다. '돈'을 보면 중국이지만 '안보'를 생각하면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 가운데 화웨이의 5G 장비를 도입한 곳은 한국 말고는 찾기 어렵게 돼 가고 있다. 글자를 앞뒤로 바꾼 '웨이화(爲華)'는 중국을 위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의 화웨이 장비 도입을 언제까지 두고 볼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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