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론스타 시한폭탄' 새해에 터진다

조선일보
  • 김홍수 경제부장
    입력 2018.12.13 03:14 | 수정 2018.12.13 03:47

    외환은행 매각 관련 소송, 내년 상반기 결론 날 가능성 커
    韓國 정부가 거액 배상하게 되면 추경 예산 편성·책임 공방 불가피

    김홍수 경제부장
    김홍수 경제부장

    2019년 새해 한국 경제 전망에서 빼먹는 중대 이슈가 하나 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건이다. 내년 상반기 터질 가능성이 있는 '초대형 시한폭탄'이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방해 탓에 외환은행을 제때 팔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46억달러(약 5조원)를 요구하는 소송을 2012년 말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냈다. 6년을 끌어온 중재심의 절차가 곧 끝난다.(원래 ICSID 재판부가 11월 중순 '절차 종료'를 예고했다가 통지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 심의가 끝나면 120일 내에 판결이 내려진다. 즉 내년 상반기 중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는 미국계 로펌 등을 대리인으로 지정하고 지금까지 432억원의 비용을 써가며 방어에 안간힘을 써 왔다. 한국 정부의 주(主) 방어 논리는 론스타가 은행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있었고, 외환카드 주가 조작 등 불법행위로 인해 재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외환은행 매각이 지연된 것이지, 고의로 방해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소송 과정에 대한 정보가 일절 공개되지 않아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국제 통상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가 최근 법무부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는데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런데 ICSID 재판부의 판결 성향, 정부 및 소송 대리 로펌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형 로펌 소속 통상 전문가는 "중재 재판의 특성을 감안할 때 한국 정부의 승소 가능성은 낮고, 5대5, 7대3 같은 쌍방 과실 판결 정도가 최선의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부처 장관 출신 경제 원로는 "'투기자본 먹튀' 여론 때문에 외환은행 매각이 지연된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고 했다.

    ICSID 재판부가 그간 보여준 성향은 투자자 편에 훨씬 가깝다. ICSID의 '2018년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24건에 대해 판결을 내렸는데 15건(63%)에 대해 투자자 손을 들어주었다. 투자자 패소 판결은 3건뿐이었다. ICSID의 결정은 최종 판결이고, 소송 당사자들이 무조건 이행해야 한다. 판결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는 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1년간 ICSID의 결정에 불복한 5건의 이의신청이 있었는데, 4건이 부결됐다.(나머지 1건은 투자자가 자진 철회)

    만약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0억~ 30억달러(약 2조~3조원)를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국민이 아연실색하고, 정치권에선 호떡 집에 불난 것 같은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까? 최대 3조원대 배상금을 물어주려면 정부 예비비 집행으론 어렵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치열한 책임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배상금을 지급한 다음엔 그 돈을 누구한테 청구할지를 놓고(구상권 행사) 분란이 일어날 것이다. 야권에선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안겨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치인, 관료들을 책임자로 지목할 것이다. 반면 여권에선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미룬 이명박 정부 시절의 정치인, 정책 당국자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에선 론스타 판결 후폭풍을 걱정하며 대응 방안을 암중모색하고 있다. 론스타 국가 소송은 시장경제 원칙과 국제 상거래 규범을 경시했을 때 어떤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더라도 정치권과 각 경제 주체들이 차분하게 해법을 찾는 지혜를 발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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