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증가 16만명, 노인 일자리 빼면 마이너스라니

조선일보
입력 2018.12.13 03:20 | 수정 2018.12.13 03:44

지난달 취업자가 1년 전보다 16만5000명 늘어나 10개월 만에 가장 크게 증가했다고 통계청이 발표했다. 지난 8월 3000명까지 추락했던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났지만, 정부 애초 목표치인 30만명에는 여전히 턱없이 못 미친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노인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가 19만개 늘어나면서 1999년 통계 작성 후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경제 활동의 주축이 돼야 할 30~40대 일자리는 1년 전보다 22만개 넘게 줄었다. 청년층(15~29세) 체감 실업률도 21.6%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비정상도 심각한 비정상이다.

노인 일자리 증가는 정부가 세금을 퍼부어 질 낮은 일자리를 대량으로 쏟아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도 정부가 일자리 추경 11조원을 긴급 편성해 만든 일자리 6만7000개 중 절반인 3만개가 고령층의 단기 일자리였다. 업종별로 봐도 비정상적인 상황이 눈에 띈다. 농림어업 분야의 지난달 일자리 증가가 8만4000개에 달한다. 농어업 종사자는 수십년 동안 감소 추세가 이어졌는데 이 정부 들어선 정반대로 18개월 연속 늘어나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난 것도 있겠지만, 자식들이 취업을 못하고 노후 자금이 모자라 고령에도 농사를 짓거나 배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정부 설명대로 고용 악화가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 구조조정의 여파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의 역효과와 부작용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은 이미 입증이 끝난 사실이다. 지난달에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임대서비스업 등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3대 업종에서 21만9000개 일자리가 줄었다. 반면 세금을 쏟아붓는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분야와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들이 많은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19만명 넘게 취업자가 늘었다. 공공기관들이 총동원된 2~3개월짜리 엉터리 단기 알바 일자리도 여기 들어 있을 것이다. 이런 일자리들은 일자리라는 껍데기를 쓰고 현금을 나눠주는 것일 뿐이다.

우리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할 수 있는 제조업의 일자리는 9만1000명 줄었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제조업 가동률은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낮다. 공장이 멈춰 서니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이 올라 일자리의 질(質)은 좋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통계는 다르다. 정규직, 괜찮은 일자리라고 하는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는 30만개 줄었고, 반대로 주 35시간 미만은 45만개나 늘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고용 상황이 이어진다면 경제가 어디로 갈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산업 혁신이 일어나고 성장을 해야 일자리가 느는데 우리 경제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지금 경제에서 위세를 부리는 것은 민노총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상황이 엄중하다"며 다음 주에 취임 후 처음으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통령 주재 확대경제장관회의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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