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盧 전 대통령이 광주 시장을 공천한다니

입력 2018.12.12 19:00


희대의 사기 사건이 벌어졌다. 쉰 살 여성이 일흔 살 정치인을 갖고 놀았다. 오래 전에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있는 정치인에게 도대체 무슨 영향력이 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광주 분위기가 어떻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아니 광주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만 나이로 마흔아홉, 우리 나이로 쉰 살인 김 모씨가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게 접근했다. 목소리 연기에 달인인 사기꾼 김 여인은 전화로 접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하면서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윤장현 씨는 무려 4억5천만원을 송금했다. 4억5천만원이라는 돈은, 대가성이 있는 돈이었을까, 아니면 순수하게, 정말 순수하게 권 여사를 도와주려는 기부금 같은 돈이었을까. 윤장현씨가 수천억원대 재벌 자산가도 아니고, 어떻게 선뜻 4억5천이라는 돈을 송금했을까.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안 된다.

윤장현씨는 김 여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혼외 자식이 있다"고 하자, 그러니까 노무현 변호사가 권양숙 여사가 아닌,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었고, 그 여성에게서 낳은 자식들이 있다, 그 자식들을 취직시켜달라고 부탁하자, 그 부탁도 들어주려 했다. 여기서 우리는 윤장현씨를 이해할 수 없다. 만약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부인 말고 따로 사귀었던 여성이 있고, 그 여성과 사이에 자식까지 낳았다면, 지금까지 그게 알려지지 않고 묻혀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윤장현씨는 어떻게 ‘노무현 혼외자식’을 들고 나와 취직을 부탁하는 사기범에게 속아 넘어 갔을까. 이것 역시 미스테리다.

윤장현씨는 ‘안철수 쪽’ 사람인가, 아니면 ‘친노, 친문’ 계파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인가. 윤장현씨는 지난 6.3 지방 선거 때 정치적으로 어떤 동아줄을 잡으려고 애를 썼던 것일까. 여러 억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마 진실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 윤장현씨는 처음에는 사기범에게 4억5천을 뜯긴 피해자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피의자가 됐다.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가 됐다는 뜻이다. 바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검찰은 4억5천이 공천을 바라고 준 뇌물이라는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윤장현씨측은 부인하고 있다. 윤장현씨는 이번 일이 있기 전에 이미 빚이 5억원이나 있었는데,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 여인에게 3억5천만원을 새로 빚을 내서 송금했기 때문에 돈을 돌려달라고 했을 뿐이지, 공천을 바라고, 그 댓가로 지불한 돈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누군가 돈이 필요하다며 손을 내밀면, 5억이나 빚이 있는 사람이 새로 은행 빚을 3억5천이나 내고, 거기에 자기 돈 1억을 얹어서 그 돈 4억5천을 송금하는가. 형제나 부모자식 간에도 그런 돈 거래는 쉬운 일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 자는 지금 광주에서, 광주 정치판에서 어떤 위력을 갖고 있기에, 이런 사기 행위가 가능한 것인가. 노무현이란 이름은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정치적 완장’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적어도 윤장현씨는 그렇게 믿을 만한 부분이 있는 것인가. 윤장현씨는, ‘노무현 혼외자’가 있다는 얘기를 끝까지 믿었던 것 같고, 그 채용 청탁과 관련된 혐의는 인정하고 있지만,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씌울 수 있는, 공천 받는 대가로 4억5천을 주었다는 부분은 부인하고 있다.

오래 전 미국에서 나온 책이 있다. ‘빅 콘’이라는 책이다. 미국에서 벌어진 온갖 사기 사건을 분석하고, 그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결론은 이렇다. ‘정직한 사람에게는 사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기범들은 대개 사기를 당하는 사람 귀에 대고 속삭인다. "이자를 30%, 혹은 50% 주겠다" "투자 금액의 200%를 돌려주겠다" "취직시켜 주겠다, 공천을 해주겠다" 이렇게 속삭인다. 정직한 사람은, 세상에 그런 일은 없다, 이렇게 그런 제안을 단번에 거절한다. 그러나 요행을 바라는 사람, 일확천금을 바라는 사람, 공식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나 혼자만 다른 길로 돌아갔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은, 그런 제안이 솔깃하게 들리는 것이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 사기사건, 검찰이 수사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만 봤을 때도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 우리 정치판, 그것을 참 적나라하게 거울처럼 보여주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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