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패배… 내가 곧 끊을겁니다

입력 2018.12.12 03:01

남자배구 15연패 한국전력서 고군분투, 서재덕의 각오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은 올 시즌 들어 아직 이기질 못했다. 10일 삼성화재에 패하면서 15연패(連敗) 늪에 빠졌다. 승점은 풀세트 접전 끝 패배로 얻어낸 4점이 전부다. 7개 팀 중 6위인 KB 손해보험(14점)과의 승점 차도 꽤 난다. 최하위 탈출이 지금으로선 힘들어 보인다.

"죽으러 전쟁터 나가는 병사 있습니까? 경기장에 지러 가는 선수 있을까요?"

패배의 수렁에 빠진 팀을 가장 안타깝게 지켜보는 선수가 있다. 바로 한국전력의 주포 서재덕(29)이다. 팬들은 그를 '한전 노예'라 부른다. 거의 혼자 팀 공격을 책임지다시피 한다고 해서 붙인 별명이다. 서재덕은 11일까지 14경기에 출전해 득점 8위(243점)를 기록 중이다. 왼손잡이인 서재덕은 공격수론 드물게 레프트와 라이트 역할 둘 다 제대로 소화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현재 한국전력은 서재덕을 빼곤 상대 코트에 폭격을 가할 공격수가 없다. 서재덕과 '영혼의 단짝'으로 불렸던 전광인은 올 시즌을 앞두고 현대 캐피탈로 이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선수 시몬스(독일)는 적응을 못 해 떠났고, 대체 선수로 데려온 아텀도 부상(복근 파열)으로 팀에서 이탈했다. 결국 공격을 도맡다시피 하던 서재덕은 감기몸살로 1경기를 빠져야 했다. 10일 삼성화재전에 복귀해 팀 내 최다 득점인 23점을 올렸지만, 팀은 또다시 졌다.

15연패를 끊기 위해 서재덕은 오늘도 몸과 마음을 다잡고 코트에 선다. 서재덕이 지난 4일 경기 의왕시 한국전력 배구단 체육관에서 무릎 보호대를 바로잡는 모습.
15연패를 끊기 위해 서재덕은 오늘도 몸과 마음을 다잡고 코트에 선다. 서재덕이 지난 4일 경기 의왕시 한국전력 배구단 체육관에서 무릎 보호대를 바로잡는 모습. /김지호 기자

"솔직히 힘들어요. 며칠 전 꿈엔 (전)광인이가 나타나 '형 같이 뛰어요'라고 하더라니까요."

서재덕에게 연패(連敗)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그는 프로 2년 차인 2012~ 2013시즌에도 한국전력 소속으로 25연패를 당한 경험이 있다. 남자배구 최다 연패 기록이다. 당시 무릎 부상을 당했던 서재덕은 팀이 13연패 중일 때 복귀했지만, 이후 12번이나 더 패배의 쓴잔을 맛봤다. 올해도 한국전력은 패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서재덕은 "지금 배구 인생 최악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했다. "선수는 부상이나 후보로 뛰고 싶어도 못 뛸 때 최악이다"며 "지금은 코트에 선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서재덕은 지난달 27일 현대캐피탈과의 2라운드가 못내 아쉽다. 그 경기에서 서재덕은 공격 성공률 56.9%를 기록하는 등 데뷔 이후 개인 최다인 41점을 올렸다. 한국전력은 풀세트 접전 끝에 2대3으로 졌지만,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일부 여성 팬들은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하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서재덕은 "팀이 계속 져 죽을 맛이지만, 열성적인 팬들을 보면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며 "우리 보고 '승점자판기'라고 하지만 우리도 과거 상대를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우습게 보면 큰코다칠 것"이라고 했다.

내년 군에 입대하는 서재덕은 "올해가 선수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고 있다"며 "지금 내 힘을 다 쏟아내지 않으면 군 생활 2년 동안 후회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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