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 전격 연기

조선일보
입력 2018.12.11 03:01

오늘 하원 표결 예정됐었지만 유럽 관세동맹 잔류에 거센 반발
부결 가능성 높아지자 결단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11일(현지 시각) 예정됐던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안 투표가 하루 전 전격 연기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0일 오후 긴급 각료 회의를 열고 투표 연기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마라톤 협상 끝에 가까스로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본격적 일정에 돌입할 계획이었던 브렉시트 절차가 다시 표류하며 혼돈에 빠져들 가능성도 높아졌다. 브렉시트안은 EU와 영국 양측에서 모두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효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날 파운드화는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이 한때 18개월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BBC 등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의 공식 연기 발표가 있기 몇 시간 전부터 정부 및 의회 소식통을 인용해 투표 연기 가능성을 앞다퉈 보도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투표가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부결됐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영국이 내년 3월 EU에서 공식 탈퇴하더라도 유럽 관세 동맹에는 잔류한다는 브렉시트 핵심 조항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카이 뉴스는 "표결이 진행됐을 경우, 찬성표는 200표를 넘지 못하는 반면, 반대표는 400표가 넘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각에서도 브렉시트 협상 타결을 전후해 20명의 장·차관이 사임하며 메이 총리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표결 연기로 시간을 번 뒤, 의원들 설득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이 총리가 기한 내에 투표일을 재지정한 뒤 총력전을 펼쳐서 의회의 비준을 받아내는 게 이론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영국 의회의 비준 기한은 내년 1월까지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의사일정 변경으로 인해 메이의 정치적 위상은 흔들릴 것이라고 영국 언론들은 전망했다. 가디언은 "메이는 얼마간 말미를 얻었을지는 몰라도 자신의 정치적 권위는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합의안이 타결된 지 불과 2주 만에 영국 정치권이 혼돈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노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양측은 브렉시트안의 부결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전혀 마련해놓지 않은 상태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돈이 계속될 경우 EU와 영국 정치권에서는 브렉시트 번복 여론이 힘을 얻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이날 EU 최고 사법기관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영국은 EU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도 브렉시트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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