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이 좋은 날엔 가까이에서 편의점 하는 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어진다. 이달 들어 최고 매출 찍었다고, 기쁜 소식 알리고 싶다. 그러다 전화기로 가던 손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지금쯤 친구는 나와 정반대 상황을 맞이하고 있을 테니.
대개 자영업이 그렇듯 편의점도 날씨와 계절 영향을 크게 받는다. 맑은 날엔 장사가 잘되고, 사계절 가운데 여름철 매출이 가장 좋다. 보통 편의점은 그렇다. 하지만 빌딩 구내에 있는 편의점은 완전히 반대다. 맑은 날엔 사람들이 밖으로 빠져나가 장사가 안되고, 비오는 날 매출이 최고로 좋다. 겨울 한복판에 여름 성수기와 비슷한 매상이 나온다. 태풍이 온다거나 한파가 계속될 것이란 일기예보를 들으면 주택가 편의점 주인은 가슴을 치고, 빌딩 구내 편의점 주인은 상품을 넉넉히 쌓아놓는다.
주말과 주중에도 희비 쌍곡선은 편의점마다 엇갈린다. 쇼핑센터나 관광지에 있는 편의점은 주말에 웃고, 오피스 상권 편의점은 제발 주말이 없는 세상이 오기를 꿈꾼다. 내가 웃고 있을 때 누군가는 호쾌한 웃음소리 맞은편에서 눈물 흘리고, 내가 쓸쓸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 때 다른 누군가는 콧노래 흥얼거리며 매출을 확인하고 있겠지. 편의점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 행운의 양팔 저울에 균형을 맞춘다.
오늘 조금 잘나간다고 지나치게 뻐기지 말아야겠다. 우쭐대며 자랑하고 싶은 일들도 지나고 보면 가벼운 찰나 아니던가. 지난 주말 매서운 칼날을 휘두르던 동장군도 앙잘앙잘 미워할 필요까진 없겠다. 110년 만의 불볕더위가 계속되던 지난여름, 우리는 얼마나 이 계절을 기다렸던가. 절대선이 없는 것처럼 절대악도 없고, 세상사 알고 보면 둥글둥글 돌아가더라.
날씨 좋은 날, 친구에게 전화해야겠다. 내 경솔함과 옹졸함으로 상처 입었을 사람들에게도 올해가 가기 전 슬며시 문자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비틀스 노랫말처럼,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흘러갑니다. 2018년 아무쪼록 감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