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北 적반하장에도 입 닫은 軍

입력 2018.12.11 03:14

양승식 정치부 기자
양승식 정치부 기자
올해 연평도 포격 도발(11월 23일) 8주기는 '조용히' 지나갔다. 추모식은 열렸지만 정부가 아닌 해병대사령부 주관이었다. 보도 자료는 일부 지역 매체에만 배포했다. 해병대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연평도 포격 상기 훈련'을 실시했지만 실사격은 없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고(故)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씨는 "평화라는 이름으로 아들의 희생이 잊히는 것 같다"고 했다.

더구나 북한은 우리 추모 행사까지 맹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7일 '불순한 망동, 높아지는 비난'이라는 글에서 "'연평도 포격 사건'은 이명박 역적 패당이 조선반도 정세를 극도로 긴장시키고 북남 관계를 보다 격화시키기 위해 첨예한 서해 열점 지역에서 일으킨 군사적 도발 사건"이라고 했다. 또 "북남 관계가 개선과 화합의 길에 들어선 오늘에 와서 남조선 군부가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군사적 대비 태세를 고취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관계 개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불순한 망동"이라고 했다. 자신들의 선제공격인 연평도 포격 도발을 '보수 정권' 탓으로 돌리고, 추모 행사마저 '망동'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더 희한한 건 우리 군의 태도다. 북한이 적반하장식으로 도발하는데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최근 천안함이 우리의 조작극이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지만, 반박 성명 하나 내지 않았다. 우리 병사와 민간인까지 피해를 본 연평도 포격에 대해선 군이 나서서 대응 성명을 냈어야 했다.

군은 대신 9일 한강 하구 공동 수로 조사를 마무리 지어 선박이 항해할 수 있는 물길을 찾아냈다고 '남북 평화'만 강조했다. 지난 8일 북한군 헬기가 우리 군 전술조치선(TAL)에 접근해 공군 전투기가 대응 출격에 나섰지만, 합동참모본부는 "훈련 상황이었다"며 사실을 덮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서해평화수역 내 해안포를 모두 닫기로 약속해 놓고 한 달 넘게 1개 포문을 닫지 않고 있지만 이 또한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군축(軍縮)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에 대해 "군사적인 것 말고는 우리가 북측에 해줄 것이 없어서"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장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인데,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래식 전력 감축으로 북한에 보상해 주려 한다는 것이다. 만약 김정은이 답방하면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군축 카드를 추가로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은 2년 전만 해도 "북한이 약간의 도발적 언행만 보여도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수차례 경고했었다. 그때 기개는 어디로 갔는가. 북한의 도발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 군이 한가롭게 '평화 분위기'만 띄운다면 국가 안보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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