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달성에만 치중”…法, “‘궁중족발’ 강제집행 절차 어긴 집행관 과태료 정당”

입력 2018.12.09 12:03

서울 종로구 서촌 ‘본가궁중족발’ 강제집행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한 법원 집행관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재판장 박형순)는 전직 법원 소속 집행관 A씨가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상대로 ‘징계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겪은 서울 종로구 서촌 ‘궁중족발’ 건물의 모습. /뉴시스
이는 2016년 임대료 인상 문제로 갈등을 빚은 이른바 ‘궁중족발 사태’에서 시작됐다. 궁중족발 사장 김모(54)씨는 2009년 5월 보증금 3000만원에 월 임대료 263만원으로 계약을 맺고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궁중족발이 있는 건물을 인수한 건물주 이모(60)씨가 2016년 건물 리모델링 공사 이후 재계약 조건으로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1200만원을 요구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김씨는 "갑자기 임대료를 올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거부했다.

법원은 명도소송을 낸 이씨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해 10월부터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강제집행은 사장 김씨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수차례 무산됐다. 연이어 집행이 무산되자 서울중앙지법 소속 집행관이었던 A씨는 지난해 11월 9일 노무자 10명을 동원해 불시 강제집행을 실시했다. 당시 김씨는 가게 바닥에 누워 퇴거 요청을 거부했다. A씨는 노무자들에게 김씨를 들어 건물 바깥으로 내보내게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왼쪽 손가락 네 마디가 부분 절단되는 부상을 입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법원장은 강제집행 과정에서 절차 위반이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결국 서울중앙지법은 노무자를 보조자로 사용하는 집행 사건에서 노무자 등의 관리지침을 위반했다며 A씨에게 과태료 200만원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법원행정처 행정심판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지난 5월 법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강제집행 종료 후 언론 문의가 폭주하고 법원의 집중 감사가 실시돼 정상적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용한 노무자 인적사항을 관리부에 기재하지 못했고, 법원 감사에서 지적받은 후 보완했다"며 집행 직후 기재해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지침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침 취지는 강제집행에 사인(私人)인 노무자를 사용하는 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집행착수 시 작성되거나 늦어도 집행종료 직후에는 작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또 법원장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은 노무자 10명 중 6명을 임의로 다른 노무자로 교체한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등록되지 않은 노무자에 대한 사용 승인을 받는 데 많은 시일이 소요되지 않는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시 강제집행을 성공시키기 위해 일부 노무자들에게 소속 법원과 ‘집행’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도록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끼 착용 관련 규정 취지에 관해 "강제집행에 참여하는 노무자를 특정하고 이를 외부에서도 알 수 있게 표시해 집행 과정에서 적법 절차의 준수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에 따르면 자신의 행위들이 지침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오로지 강제집행의 목적 달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고의로 이 사건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작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장은 은밀성과 긴급성이 요구되는 부동산 인도 집행의 특수성, 현장 상황의 어려움 등을 참작해 정직보다는 수위가 낮은 징계처분을 했다"며 "과태료 200만원 처분이 부당해 타당성을 잃은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018년 6월 7일 오전 8시 20분쯤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에서 궁중족발 사장 김씨가 건물주 이씨에게 망치를 휘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손가락을 심하게 다친 궁중족발 사장 김씨는 임대료 문제로 갈등이 고조되자 건물주를 둔기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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