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시장, 불출마 결심 前 '가짜 권양숙'에 고민 토로

  • 뉴시스
    입력 2018.12.09 07:55 | 수정 2018.12.09 08:04

    '가짜 권양숙'에 속은 윤장현 전 시장 귀국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40대 여성에게 수억원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지난 4월 초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 전 '영부인 사칭녀'에게 자신의 거취를 놓고 고민을 토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당국이 '공천 헌금설'과 맞물려 문자발송 경위 등을 따질 가능성이 있지만 윤 전 시장 측은 '여러 지인들과 나눈 고민 상담 중 일부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9일 윤 전 시장 일부 측근들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지난 4월4일 6·13 지방선거 불출마를 공식선언하기 전 영부인 사칭 사기범 김모(49)씨에게 정치적 진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어떤 방법이 없겠느냐'고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당내 경선주자이던 강기정 전 민주당 최고위원, 민형배 전 광주 광산구청장, 최영호 전 광주 남구청장이 3자 단일화에 나서고, 스스로는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에서 하위 20%에 포함돼 컷오프될 위기에 처하자 '불리한 정황들'에 대해 고민이 깊었고, 이같은 고민을 주변 측근들에 호소하며 일종의 자문을 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진 바 없지만, '3자 단일화'와 '컷오프 위기' 등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4월 초순께 문자를 건넨 것으로 추정된다.

    3자 단일후보는 4월3일 확정돼 이튿날 공식 발표됐고, 광역단체장 컷오프 대상도 그 즈음에 이미 확정된 상태였다. 전국 광역단체장 중 민주당 소속은 8명으로, 하위 20%를 적용하면 단 1명만 컷오프될 상황이었는데 정가에서는 윤 전 시장이 민선6기 친인척 비리 등에 발목이 잡혀 컷오프 가능성이 높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러나 연말 중앙당 프리젠테이션에서 호평을 받은 데다 현직프리미엄까지 지니고 있던 윤 전 시장으로선 컷오프설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변 지인들과 거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평소 '진짜 권양숙 여사'로 철썩같이 믿어온 사기범 김씨에게도 일종의 고민 상담을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시장은 해당 문자를 두고 오해의 소지는 있을 수 있지만 '공천 청탁'으로 보거나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보낸 4억5000만원을 '공천헌금'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억울하다. 사칭범의 작업"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자 단일화와 컷오프설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거취를 최종 결정하기 앞서 고민을 털어놓은 여러 주변인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는 게 윤 전 시장의 입장이라는 전언이다.

    입금과 문자발송 시기가 3개월 가량 차이가 난 데다 위기설이 돌던 시기에는 정작 추가 송금이 이뤄지지 않은 점과 애초 송금 당시 실명 계좌를 이용한 점, 실제 공천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도 '공천 연루설'을 부인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분위기다.

    실제 그는 최근 측근들과 나눈 대화에서 '(공천을 염두에 둔) 은밀한 거래였다면 은행 대출과 계좌 송금으로 이뤄졌겠느냐'며 공천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송금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사기범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윤 전 시장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재선도 하셔야 할텐데…"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밝힌 가운데 수사당국에서는 앞서 보낸 수억원의 돈을 공천을 염두에 둔 '보험성 자금'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실제 검찰은 김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사기를 비롯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적시했다. 이는 윤 전 시장과 김씨가 돈을 주고 받으면서 6·13 지방선거 공천 문제를 언급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당의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금지조항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9일 새벽 대한항공을 이용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윤 전 시장은 말을 극도로 아낀 채 침통한 표정으로 "(검찰에서) 자세하게 소명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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