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나라에 流血이 낭자하니…

조선일보
  • 강천석 논설고문
    입력 2018.12.07 23:27

    대통령, '지지세력이란 獄門'열고 나와야 나라 희망 생겨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해선 안 될 일' 제대로 판단해야

    강천석 논설고문
    강천석 논설고문
    대통령은 어느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그래서 별수 없이'가 나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이 갈림길의 선택이 대통령의 운명을 가른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救)한 인물로 역사에 남을 수도 있고 그른 선택으로 지지 세력과 이익 집단에 끌려다니다 나라를 결딴내고 말았다고 기록되기도 한다.

    대통령에겐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있다.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는 이 일들의 순서를 어떻게 정하고 이 일들의 조합(組合)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성공하는 대통령은 '해야 할 일' 가운데 '할 수 있는 일'을 골라 우선 전력(全力)을 다한다. 대통령의 취임 제일성(第一聲)이 '일자리 대통령'이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그러려면 기업의 사기(士氣)를 북돋워줘야 한다. 돈이 드는 일도 아니다. 이 정부는 순서를 뒤집어 대기업 때려잡기로 시동(始動)을 걸었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복지와 분배 구조가 잘 구축된 나라다. 현재의 스웨덴 정치와 경제의 틀을 만든 지도자가 타게 에를란데르 총리다. 취임 당시 공산주의자가 아닌가 의심받던 그가 취임 후 취한 첫 조치가 매주 목요일 재계(財界) 지도자와 만찬을 정례화한 것이었다. 재계와 신뢰가 무르익자 여기에 노조 지도자를 합석시켜 현안을 논의했다. 이 '목요 클럽'은 1946년부터 1968년까지 재임(在任) 23년간 거른 적이 없었고, 휴가철에는 노사정(勞使政)이 총리의 오두막 별장 근처에서 휴가를 같이 보냈다.

    대통령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국민 분열을 부추기는 행동이다. 국가 안보와 직결(直結) 된 국방·외교 정책을 전환할 땐 국민 단합(團合)을 먼저 다져야 한다. 대통령이 미국 방문 때 만나기도 하고 대통령에게 조언(助言)도 한다던 미국외교협회장 리처드 하스는 이걸 '외교는 안방에서 출발한다'는 말로 표현했다.

    현 정권의 북핵(北核)과 대북 정책은 좋게 말해 '대전환', 사실대로 말하면 국가 안위(安危)와 국민 안전을 건 도박이다. 반대와 회의론(懷疑論)의 입을 막고 싶어서일까. 적폐 청산이 1년 반 넘게 이어지면서 온 나라에 유혈(流血)이 낭자(狼藉)하다. 남북 대화 자문을 받는다는 청와대 위원회는 다른 색깔은 끼어들 틈도 없이 홍일색(紅一色)이다. 대통령은 '하고 싶은 일' 앞에서 그것이 '국민도 하고 싶어하는 일' 인지 되물어 봐야 한다.

    정치 세계에선 '무엇을 할 것인가' 하나만으로 되는 일은 없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와 만나 짝을 이뤄야 결실(結實)이 있다. 어떤 정책도 목표·의도(意圖)·동기(動機)만으론 정당화될 수 없다. 경제적 약자(弱者)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실제론 경제적 약자를 괴롭히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국민을 배신(背信)한 정책이다.

    대통령과 시민 단체 대표를 가르는 경계선은 '결과에 대한 책임' 여부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던 시민 단체와 종교인들에겐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의사도 능력도 없다. 대책 없는 탈(脫)원전 정책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정전(停電) 사태가 닥쳐도 마찬가지다. 시민 단체와 종교인들의 정부 참여가 늘어날수록 이 정부처럼 무책임 정부가 돼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길은 가시밭길이다. 지지 세력의 기대와 등질 각오를 해야 한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은 군부(軍部) 지지를 배경으로 10년 만에 권력의 자리에 복귀했다. 식민지 알제리 독립 문제로 나라가 두 쪽으로 갈린 상황이었다. 알제리 독립에 반대하던 군부는 드골이 자기네 편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드골은 알제리 문제가 프랑스 번영을 가로막는 족쇄라고 판단, 독립 허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회고록의 그 이후 대목이다. "1962년 8월 22일 아내·사위·운전사와 함께 비행장으로 향했다. 길모퉁이를 도는 순간 기관총 여러 대가 사격을 가해 왔다. 저격수는 차를 타고 쫓아오며 사격했다. 그들이 쏜 탄환 150발 가운데 14발이 차체에 박혔다. 그래도 드골은 드골의 길을 가야 했다."

    지금 나라 앞길을 가로막는 세력은 대통령의 비판자가 아니라 우군(友軍)이다. 민노총·전교조·참여연대·민변(民辯)·우리법연구회 등이 그들이다.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 세력이란 감옥의 옥문(獄門)을 열고 나올 수 있을까. 아니면 '별수 없이' 우군의 포로로 관성(慣性)의 정치를 계속하게 될 것인가. 가능성이 커 보여서가 아니라 그 길밖에 희망이 없어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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