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적폐 수사' 5개월만에 비극적 선택…'檢 무리한 수사' 지적도

입력 2018.12.07 21:28 | 수정 2018.12.07 22:56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 /뉴시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적폐청산 수사 5개월만에 비극적 선택
文대통령, 지난 7월 인도 방문 중 ‘독립수사단’ 구성 지시
검찰 소환되자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업무 수행" 주장
영장 기각되자 ‘검찰 무리한 수사 아니냐’ 분석도

5개월 넘게 이어진 옛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적폐청산 수사가 전직 고위 장성의 비극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7일 오후 투신해 숨진 예비역 중장인 이재수(60)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세월호 유가족 불법 사찰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발단은 지난 7월 2일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태스크포스(TF)의 발표다. 당시 TF는 "기무사가 세월호 사고 직후 6개월간 TF를 운영하며 조직적으로 사찰해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이에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은 "철저한 수사로 불법 행위를 명명백백히 밝혀내겠다"고 했다. 여기에 이른바 '계엄령 문건' 파문이 더해졌다. 일주일쯤 뒤인 7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국빈 방문 도중에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군(軍) 검사와 검찰 수사관 31명으로 꾸려진 특별수사단은 두 팀으로 나눠 7월 16일부터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과 계엄령 문건 의혹을 수사했다. 군 관련 사건으로 독립 수사단이 구성된 건 창군 이래 처음이었다.

특별수사단은 지난 9월 21일 유족 사찰 혐의로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을 구속기소했다. 특별수사단 수사 과정에서 김병철 전 310 부대장(준장) , 손모 세월호TF 현장지원팀장(대령) 등 3명이 추가로 구속기소됐고, 기우진 전 유병언 검거TF장(준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달가량 지난 11월 6일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특별수사단은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 등을 도모하기 위해 TF를 구성·운영하는 한편, 안산과 팽목항, 진도체육관 등에서 '충성' 구호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카카오톡 잠금장치 활용까지 지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0월 돌연 기무사령관에서 경질돼 두 달 뒤 군복을 벗어 민간인 신분이었던 이 전 사령관에 대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가 맡았다. 검찰은 군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20여 일 만인 지난달 27일 이 전 사령관을 '포토라인'에 세웠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었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를 받기 전 "당시 군 병력 및 장비가 대거 투입된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우리 부대 및 부대원들은 최선을 다했다"며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임무수행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소환 조사 이틀 만인 지난달 29일 이 전 사령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은 지난 3일 기각됐다. 법원은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고, 수사 경과에 비춰 도망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사령관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모든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라는 말이 있다. 그게 지금 제 생각"이라고 했다

검찰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결정"이라며 "부하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복된 지시를 통해 명백한 불법행위를 실행하도록 주도한 책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정의에 반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구속할 만큼 범죄 혐의가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기무사 TF가 2014년 5월 13일부터 10월 15일까지 만든 150여 건의 보고서를 보면 혐의 내용과 상반되거나 무관한 것이 많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문건엔 사령부 지시 사항으로 '민간인 사찰 논란이 없도록 현장 활동 시 무분별한 정보 수집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나 '군인이 자원봉사자처럼 행동하면 실종자 가족을 감시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는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와는 상반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장 기각 4일 만에 이 전 사령관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모든 것 내가 안고 간다.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당혹한 검찰은 "군인으로서 오랜 세월 헌신해온 분의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 기각 이후 이 전 사령관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사령관을 불러서 조사하거나 소환 일정을 조율한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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