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시리아 난민은 어떻게 'IS 가입'을 전파했나

입력 2018.12.07 16:01

지난 6월 18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평택의 한 폐차장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이 폐차장에는 시리아 국적의 근로자들이 많았다. 이 가운데는 불법체류자도 있었다. 당황한 시리아 근로자들을 경찰이 안심시켰다. "당신들 잡으러 온 게 아닙니다. 우리는 군수품 사진을 찾고 있는데…잠시 휴대전화만 확인하겠습니다."

시리아 근로자들이 술렁이더니 하나둘씩 "수류탄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전쟁 사진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폐차장의 다른 종업원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IS(이슬람국가)는 좋은 사람, 우리에게 돈도 주고 결혼까지 시켜준다면서 사진을 보여준 사람이 있어요." 그가 지목한 인물은 인도적 체류허가로 입국(入國)한 시리아인 D(33)씨였다.

폐차장 구석에서 D씨가 일하고 있었다. 경찰이 다가가 D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페이스북을 열자 놀라운 게시물들이 떴다. 여성·포로들이 잔혹하게 처형되는 영상이 수두룩했다. ‘IS 추종자를 위한 10계명’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D씨를 체포했다. 그의 차량에는 20kg분량의 폭발성 물질(부탄가스·폭죽 등)이 발견됐다. D씨는 경찰이 오랜 기간 추적해 온 ‘IS 가입전도사’였다.

인천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IS가입 유도자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해였다. 페이스북에 아랍어로 ‘시리아 내전’을 검색하면, 유독 관련 게시물이 많은 회원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바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던 시리아인 D씨였다.

신원조회 결과 D씨는 2014년 7월 서울출입국 사무소에서 인도적체류허가(G-1-6)를 받은 인물로 나타났다. 당초 그는 ‘시리아 난민’이라면서 난민인정신청(G-1)을 했지만, 허가가 떨어지지 않자 인도적체류허가로 방향을 틀었다. D씨가 출입국 사무소에 제출한 난민인정신청서에 "민병대 사병으로 복무했다"고 적혀 있었다.

문제는 D씨의 주거지를 어떻게 찾아내느냐였다. 한 걸음씩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D씨의 페이스북 친구들을 하나씩 타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수사가 전개됐다. 우선 D씨의 페이스북 친구 가운데 한국 거주자를 선별했다. 이후 이들이 현재 위치를 표시한 게시물을 추렸다. 이렇게 범위를 좁혀가는 작업을 반복한 끝에 D씨가 일하는 경기도 평택 폐차장을 특정했다.

"D씨는 IS홍보를 위해 여러 사람이 접속할 수 있게끔 ‘전체 공개’로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테러 관련 게시물이나, IS대원들과 비밀채팅 할 수 있는 텔레그램(보안 메신저) 대화방 링크도 있었습니다. 펄럭이는 IS깃발을 들고 탱크 앞에 서 있는 조직원 사진, 참수 영상도 많았어요. IS선전을 위해 게시물을 ‘공개’해 놓은 것이 D씨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경찰 관계자 얘기다.

시리아인 D씨는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뒤 국내에서 일하며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IS 홍보 영상’ 등을 보여줬다. D씨는 지난 6일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SBS 캡처
경찰은 압수한 D씨 휴대전화에서 나온 ‘IS 추종자를 위한 10계명’ 메모에 주목했다. 아랍어로 된 이 10계명에는 △IS에 대한 믿음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서 영향을 미치는 게 중요하다 △IS발전을 위해 컴퓨터·디자인은 배우는 것이 좋다 △트위터와 같은 앱은 이슬람 성전(聖戰) 전사의 승리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D씨는 수사과정에서 "단 한번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으로 IS 가입을 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IS선전·참수 게시물 등에 대해서는 "(내게도)표현의 자유가 있다. 고향(시리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궁금해서 올린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D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6일 D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도적인 혜택을 부여한 우리나라에 테러리즘 선동으로 응답했다"며 "D씨를 처벌하지 않으면 테러리스트를 양성할 수 있고 국민적인 법 감정과도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명백한 증거에도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반성하지 않아 사회와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D씨의 페이스북 캡처
2016년에 제정된 테러방지법은 테러단체 가입을 지원하거나 가입을 권유·선동하면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D씨는 테러방지법이 적용돼 재판을 받은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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