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대법관 2명 구속영장 기각

조선일보
  • 김정환 기자
    입력 2018.12.07 03:00

    사법권 남용 혐의 박병대·고영한, 법원 "공모 여부 의문"
    양승태 前대법원장 수사도 차질… 소환 조사 늦춰질 듯

    박병대, 고영한
    박병대, 고영한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검찰이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7일 새벽 기각됐다. 검찰은 그동안 이들이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지시하거나 관여했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법원 인사·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 업무 성격상 '행정처 차장→처장→대법원장'으로 보고가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을 구속한 뒤 사법행정을 총괄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박 전 대법관의 공모 관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고 증거 인멸 우려도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고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명재권 영장 전담 부장판사도 같은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 등도 있다고 했다. 고 전 대법관은 '부산 판사 비리' 의혹을 축소하려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현직 판사가 연루된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법원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장전담판사를 통해 수사 기밀을 보고받은 혐의 등도 있다고 했다. 대부분이 직권남용 혐의인데, 법원은 상당 부분이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병대(왼쪽)·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 실질 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두 전직 대법관 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7일 새벽 모두 기각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병대(왼쪽)·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 실질 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두 전직 대법관 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7일 새벽 모두 기각됐다. /이진한 기자

    검찰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두 전직 대법관은 사법행정권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으로 일하면서 직권을 남용해 법원이 조직적으로 재판에 개입하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반면 두 전직 대법관은 "정당한 업무 지시였다"거나 "실무선에서 알아서 했고 사후에 보고받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3일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그러나 검찰이 두 사람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법원이 판단하면서,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도 더디게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은 애초 두 전직 대법관을 구속한 뒤 연이어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한다는 방침이었다. 내부적으론 올해 안에 수사를 끝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으로 수사를 확대하기 위한 고리가 끊기면서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시기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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