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배우와 지식인들, 워싱턴서 '反트럼프 향연'

조선일보
  • 정시행 기자
    입력 2018.12.07 03:00

    '트럼프와 성관계' 주장 대니얼스, 진보 상징 워싱턴 서점서 간담회
    "대통령보다 당신이 윤리적" 묻자 "어쩜 이리 개판이죠" 씩 웃어

    미국 워싱턴 DC에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국장이 시작된 지난 3일 저녁 6시, 이 도시 한쪽에선 현직 대통령이 국격을 어떻게 망쳐놨는지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폭로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39·본명 스테파니 클리퍼드)가 책 '전면 폭로(Full Disclosure)'의 저자로 연 간담회에 진보 학계·문화계 인사들과 시민 수백 명이 몰렸다. 뉴욕타임스는 "포르노 스타와 지식인이란 조합이 반(反)트럼프 전선을 내걸고 지식의 향연을 벌인, 트럼프 시대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서점 '폴리틱스 앤드 프로스(Politics and Prose)'는 미 진보 지식인의 사랑방이자 DC 문화의 정수로 손꼽힌다.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이나 조앤 롤링·살만 루슈디 같은 세계적 작가들이 초청됐던 곳으로, '책 정리하는 직원들 본업이 교수·박사'란 말도 있다. 이곳에 포르노 업계 종사자론 처음 초청된 고졸의 대니얼스는 "이거 끝나고 DC 클럽에서 스트립 쇼가 있어서 팬 사인회는 못 한다"며 딱 60분만 시간을 냈다.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폴리틱스 앤드 프로스’ 서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폭로한 책을 쓴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무대 위 오른쪽)가 간담회를 열고 있다.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폴리틱스 앤드 프로스’ 서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폭로한 책을 쓴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무대 위 오른쪽)가 간담회를 열고 있다. /AFP

    간담회를 진행한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작가 샐리 퀸이 "당신은 이 나라의 가치와 도덕 관념을 다 뒤집어놨어요. (대통령이 아닌) 포르노 배우가 윤리적 사람이라는 거죠"라고 하자, 대니얼스는 "어쩜 이리 개판이죠(fucked up)?"라며 웃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모욕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대니얼스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는 데 대해 "트럼프가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사람 같다"고 하자, 대니얼스는 "제가 워낙 여러 면을 갖고 있긴 한데… 거짓말쟁이는 아닙니다"라고 했다. 대니얼스는 책에서 "트럼프가 나를 유혹할 때 TV쇼 어프렌티스에 출연시켜주겠다며 '도전 과제를 미리 알려주겠다'고 제안했는데, 그런 '사기꾼 짓'이 싫어 거절했다"고 썼다.

    대니얼스는 2006년 골프 행사에서 만난 트럼프와 첫 성관계를 하게 된 데 대해 이날 "도대체 왜 잔 거냐"는 질문을 받고 "모르겠다"고 하더니 "저는 (남자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는 게 쿨한 것이란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쿨함으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답했다.

    또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변호사를 통해 입막음용 돈 13만달러(약 1억4500만원)를 보낸 사실을 처음엔 부인하다가 나중에 인정하자 "좋아, 내가 (그 정도 돈으로 입을 막을 수 있는) 싸구려 매춘부로 인증됐다!"며 제대로 맞짱 떠보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대니얼스는 9세 때 성폭행당한 경험을 감추다 책에서 처음 밝힌 데 대해선 "세상 모두가 내 몸 구석구석을 알고 있는데, 뭐 하나쯤은 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청중은 "책이 지적인 역작" "매우 논리정연하고 특별한 배우"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프로페셔널"이라면서 박수 치고 환호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지난 9월 출간된 '전면 폭로'에서 트럼프와 관련된 부분은 50여 쪽이다. 대니얼스는 이미 여성 편력으로 유명한 트럼프가 혼외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로는 공격 포인트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았다. 오히려 '관계는 2분 만에 끝났다. 내 생애 가장 실망스러운…' '성기가 평균보다 작지만 징그러울 정도로 작진 않았다'면서 대놓고 조롱했고, 트럼프가 여자 관계에서도 끝없이 말을 바꾸는 인간임을 그렸다. 트럼프와의 스캔들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시선에 대해 "그래, 그거라도 팔아서 내가 이 나이에 스트립 공연을 계속하고 영화도 58건이나 계약했다. 인생은 달콤하다!"고 당당히 썼다. 대니얼스는 오는 10일 백악관 코앞의 또 다른 서점에서 저자 간담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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