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장어구이집 여자의 활기

조선일보
  • 호원숙·수필가
    입력 2018.12.07 03:00

    호원숙·수필가
    호원숙·수필가
    마창대교가 올려다보이는 바닷가 마을이었다. 예전에는 해안선이 움푹한 조용하고 외진 곳이었지만 지금은 스타벅스가 들어설 정도로 동네가 바뀌었다. 이 해가 가기 전에 시댁의 조카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면서 점심을 하기로 하였다.

    장어구이를 먹어보자고 했는데 미리 예약을 안 했다고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유명한 음식점인가 싶어 은근히 기대를 하면서 식당을 찾아갔다. 언덕바지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갔더니 자리가 없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빈자리가 많은데 왜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으니 "자리만 있으면 뭐 합니까? 일하는 사람이 없는데" 하며 손님을 반기는 낯이 아니다. 급한 것도 아니라며 기다렸더니 주인인 듯한 남자가 말없이 아주 알맞게 타오르는 숯불을 테이블에 얹어주고 갓 잡은 장어를 채반에 올려 가져왔다.

    우리가 석쇠에 장어를 얹으려니까 여자가 급히 다가오더니 "살을 우로!" 한다. 숯불에 장어를 구울 때는 먼저 살 부분이 위로 향하게 놓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세상일도 그 여자의 명령어처럼 단순 명료하고 확실하며 자신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음식 맛과 더불어 훈훈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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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인데도 내려오는 길가 조그만 수로에 메리골드 맨드라미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골목길 수수한 국화꽃들에도 자꾸 눈길이 갔다. 무심한 듯 자란 꽃들이 오랜 세월 피고 지며 생명력을 이어왔기에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아름다웠다. 자신이 예쁜지 모르는 사람처럼. 양지바른 언덕엔 예부터 포도밭이 많았는데 언제부터인가 키위밭도 생겨나 찻길가엔 어른 주먹만 한 키위를 팔고 있다. 세상사가 바뀌고 부침이 있더라도 키위 파는 아줌마의 당당함과 장어구이집 여자의 활기는 누구도 앗아 가지 못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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