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성냥갑 아파트래요? 이렇게 그림 같은데

조선일보
  • 김상윤 기자
    입력 2018.12.07 03:00

    서울의 건축물 담는 사진가 신경섭

    서울의 도시 건축과 '무질서'는 거의 동의어다. 미관에 신경 안 쓴 건물들이 마구잡이로 늘어서 있어 형편없다는 뜻이다. 사진가 신경섭(39)은 그 시선에 반기를 든다. "서울과 근교 도시는 온갖 법규와 규칙이라는 질서에 따라 배열됐고, 그 속에서 독특한 미(美)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인천 서구 가좌동 '코스모40'에서 열리는 개인전 '코스모스'에 이런 시각을 담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사진가 신경섭이 화학공장을 개조한 전시장에 구조물로 설치된 비계 파이프를 잡고 서 있다. 그 뒤에 있는 대형 사진은 송파구 일대로, 저층 빌라와 고층 아파트, 롯데월드타워가 점층적 구조를 이룬다. /남강호 기자
    신 작가는 자신이 평소 찍는 건축 사진을 "매우 탐미(耽美)적인 작업"이라고 했다. 아름답게 지은 건물을 더욱 아름답게 담아내고자 온갖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전시는 그저 본래 용도에만 충실한 건물, 또는 그 건물들로 채워진 도시를 찍은 사진 100여 장으로 구성했다. "일하러 다니다 종종 한눈팔며 찍었던 사진을 모은 것"이다.

    전시장에는 개별 건물이나 구조물을 찍은 작품이 있고, 도시 경관을 찍은 작품도 있다. 'Scrutable(판독할 수 있는)' 시리즈는 도시의 질서를 사진 한 장에 담아내려는 작업. "보통 건축주들은 규제 속에서 면적이나 높이를 최대화하려 하고, 그런 시도들이 모여 나름의 질서를 이룬다. 이 사진들은 도시의 풍경뿐 아니라, 건축물이 설계되기 전부터 작동하는 건축법이나 규제도 함께 촬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진가 신경섭의 사진들
    /사진가 신경섭
    사진가 신경섭의 사진들
    /사진가 신경섭
    /사진가 신경섭

    사진가 신경섭의 사진들
    /사진가 신경섭
    이를테면 송파구 일대를 찍은 사진은 맨 앞에 저층 빌라가 빼곡하고, 그 뒤로 고층 아파트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맨 뒤에 우뚝 솟은 롯데월드타워가 점층적 구조를 완성한다. 수원 광교 사진은 그 일대의 엄격하고 획일적인 규제를 가늠케 한다. 모양과 높이가 판박이인 박공지붕 주택 수십 채가 모여 있고, 고속도로 건너편엔 고층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다.

    건축물 하나하나에 집중한 'Pragmatic(실용적인)' 시리즈는 철저히 기능만을 고려해 지은 건물도 관점에 따라 멋스러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푸른 원통형 모양인 대선제분 공장 원료 보관소, 기다란 은색 막대 두 개를 나란히 세운 듯한 주차 타워가 인상적이다. 성냥갑 소리를 듣는 서울의 아파트들도 카메라를 통해 보면 한 장의 추상화가 된다.

    사진가 신경섭의 사진들
    /사진가 신경섭

    사진가 신경섭의 사진들
    /사진가 신경섭

    사진들은 매우 크다. 길이가 6m에 육박하는 것도 있다. 수천만 화소 카메라를 이용해 여러 장으로 나눠 찍은 것이다. 큐레이터 신민은 "이례적 수준의 사진 크기와 선명도가 보는 사람을 압도하고, 사진에 몰입하게끔 한다"고 했다. 전시장이 원래 공장 건물이었던 곳이라 넓이가 1000평에 육박하고 층고도 높은 덕분이다. 공장에서 쓰던 '비계(飛階·공사용 작업 발판) 파이프'에 액자도 없이 빨랫감처럼 주렁주렁 걸려 있어 거친 느낌을 준다.

    신 작가는 "이젠 사람을 찍어도 건물같이 나온다"며 웃었다. 그는 계원예대를 졸업하고 한 아틀리에에서 일하다 연세대 철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사진을 찍다 인문학적 소양의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에도 두 차례 초대된 바 있는 그는 런던과 파리, 뉴욕의 풍경도 이번 전시에 넣었다. "서울과 다른 풍경이지만, 그들의 도시 건축 또한 저마다 법규와 규칙에 따라 만들어진 결과물이란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이를테면 런던의 310m짜리 고층 건물 '더 샤드'와 그 일대 사진은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선 잠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내년 1월 31일까지, 월·화요일 휴관. (032)575-2319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