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 기각…법원 "구속 필요성 인정 어려워"

입력 2018.12.07 00:45 | 수정 2018.12.07 03:05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61·12기)·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이 구속 위기를 피했다.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를 각각 맡은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7일 오전 0시 37분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임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박 전 대법관의 관여 범위 및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고, 다수의 증거자료가 수집돼 있다"며 "박 전 대법관이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을 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명 부장판사도 "고 전 대법관의 관여 정도 및 행태와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뤄졌다"고 했다. 두 부장판사 모두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법원의 결정에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라며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급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상급자인 박·고 전 대법관 모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것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했다.

서울구치소에서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두 전직 대법관은 곧장 귀가했다. 오전 1시 10분쯤 서울구치소에서 나온 박 전 대법관은 "재판부의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청와대의) 국무총리 제안에는 대가성이 없었다고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고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고 전 대법관은 이보다 6분 늦은 오전 1시 16분쯤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추위에 고생이 많다"고만 했다.

검찰은 지난 3일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대법관에게는 위계상 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도 적용됐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옛 통진당 의원 지위확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등 각종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헌법재판소에서 파견근무하는 판사에게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는다.

고 전 대법관은 '부산 스폰서 판사' 사건 당시 부산고등법원장에게 압력을 넣는 등 의혹을 무마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수사정보를 빼내고 영장 재판의 방향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두 전직 대법관은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을 만들도록 지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별 법관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직적인 범죄 행위’로 보고 있다.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 특성상 임 전 차장을 시작으로 두 전직 대법관을 거쳐 양 전 대법원장까지의 지시·보고 체계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박 전 대법관이 158페이지, 고 전 대법관이 108페이지 분량이었다. 앞서 구속된 임 전 차장은 물론 양 전 대법원장도 공범으로 적시됐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5시간, 고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3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법원은 검찰의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동시에 두 전직 대법관의 항변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하던 검찰의 칼날은 다소 무뎌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찰은 두 사람을 구속한 뒤 추가 조사를 통해 각종 증거관계를 보완한 뒤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조사한다는 계획이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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