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규제개혁 없이는 4차 산업혁명 한 걸음도 못 나간다

조선일보
  • 신윤식 前 하나로통신 회장
    입력 2018.12.07 03:15 | 수정 2018.12.07 17:55

    신윤식 前 하나로통신 회장
    신윤식 前 하나로통신 회장

    지난 2000년 중국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아들이 신분을 숨기고 10여명의 유학파 출신 전자공학박사들을 데리고 하나로통신을 방문했다. 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을 실용화해 이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의 IT산업을 배우려고 찾아온 것이다.

    이후 20년도 채 안 되었지만 지금 중국은 신기술 산업에서 우리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 2020년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미래의 먹거리인 4차 산업혁명은 국가 전반에 코페르니쿠스적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AI와 IT의 융·복합을 토대로 초지능·초연결·초고속 사회가 되면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한국은 2016년 4차 산업혁명 성공 잠재력 국제 평가에서 말레이시아보다 뒤처진 23위로 나타났다. 정보통신 기술력은 최고 점수를 받았으나 정부 규제와 노동 유연성이 최하위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IT와 AI를 결합시킨 신기술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은 낡은 규제의 틀에 묶여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원격 진료·자동차 공유제 서비스 등은 선진국에서 상용화되었지만 우리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로 벽에 부딪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5세대(5G) 이동통신이 상용화되지만 역시 규제에 가로막혀 새로운 서비스와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할지 의문시된다. 중국이 핀테크(fintech·금융 기술) 선도국가로 성장한 것은 금융 시장 진입 규제를 풀어 신기술로 무장한 프론티어들이 혁신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 우리도 과감한 규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우선 세계 최고 신기술들을 적용한 '스마트 시티'를 시범 지정해 무(無)규제 지역으로 운영해 볼 것을 건의하고 싶다. 이를 통해 '초연결' 사회의 빅데이터 유통에 혈맥이 될 5G네트워크를 전면 상용화해 KT 통신구 화재 같은 재난에 대비한 2중망 설치 방안 등의 정책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신기술을 시범 적용한 후 그 성과를 평가해 전국화할 수 있다. 스마트 시티는 첨단 벤처들의 무대가 될 것이다. 시범 도시는 국책 연구기관이 밀집한 대덕단지와 가깝고 인근에 세종시가 있는 대전시가 적당할 것이다.

    이와 함께 활용 범위가 급속히 넓어지는 인간형 감성로봇(휴머노이드)이 인간과 같이 생활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인성 교육을 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인성 교육은 공자의 '논어(論語)'를 바탕으로 하면 될 것이다. 인간형 감성로봇의 인성 교육 콘텐츠와 플랫폼을 선도적으로 만들어 세계 표준이 되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 또 스마트폰을 세계에서 가장 잘 활용하는 국민을 1년 내 만들자는 목표도 세워보자. 국가경쟁력이 높아지고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이 한반도 평화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또 '4차산업혁명특별법'을 제정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힘있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만들어 명실상부하게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규제 혁파는 부처마다 산재되어 있는 법령 정비 및 개폐 작업부터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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