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대법관 후보 '넌 유죄, 난 무죄'

조선일보
  • 최경운 논설위원
    입력 2018.12.07 03:16

    한때 한우(韓牛) 홍보 모델을 했던 유명 연예인이 홍보 기간이 끝나자 채식을 선언해 주위를 어리둥절케 했다. 외국에서도 유명 브랜드 시계를 광고하던 영화배우가 실생활에선 경쟁사 제품도 즐겨 찼던 것으로 알려지자 마니아들이 논란거리로 삼기도 했다. 광고를 통해 모델의 이미지를 형성한 대중은 모델의 실제 모습이 크게 다를 때 낭패감에 빠진다. 권력을 가진 고위 공직자가 국민에게는 어떻게 하라고 요구하고서 정작 자신은 그 반대로 하면 대중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학부모 300여명이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교육감 성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외친 구호가 '본인 자녀는 외국어고, 내 자식은 학력 미달'이었다. 교육청이 그들 동네에 혁신학교를 지정하려 하자 학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피켓을 들었다. 서울교육감은 외고 등 특목고를 '귀족·특권학교'라고 비난하고 외고 폐지를 주장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자신은 두 자녀를 모두 외고에 보냈다. 그런 사람이 혁신학교를 도입하겠다니 학부모가 반발하는 것이다. '내 자식은 외고 가고 너희 자식은 혁신학교 가라'면 가만있을 부모가 얼마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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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정부 때 교육부총리가 논문 표절 논란에 휘말리자 "교육부총리로 자격이 없다. 물러나라"는 성명을 발표했던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이 사람도 논문 표절을 한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 사람이 이 정부 첫 교육부총리가 됐다. 다른 자리도 아닌 바로 그 교육부총리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부적절한 일을 했을 때 같은 일을 한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지 못한다. 켕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부끄러워할 일이 없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알고 보니 중소기업인을 폄하했던 사람이었다.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는 과거 한 피고인에게 위장 전입 혐의를 적용해 징역형을 선고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신도 이미 위장 전입을 세 차례나 한 뒤였다. 같은 위장 전입인데 남에게는 징역형을 선고하고 자신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는데 다른 자리도 아닌 대법관이 되겠다고 한다.

    ▶김 후보자가 징역형을 선고하는 법봉을 두드릴 때 어떤 심정이었을지 궁금하다. '너는 들킨 게 죄'라고 생각했을까. 그는 하루가 지나도록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정의' 외치는 사람치고 정의로운 사람 없고 '애국' 외치는 사람치고 애국자 없다는 말이 있다지만 남에게는 법을 지키라고 강제하고 자신은 안 지킨 대법관도 보게 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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