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막무가내式' 학교 배정

입력 2018.12.07 03:14

박세미 사회정책부 기자
박세미 사회정책부 기자

"저희가 아이들을 특목고나 자사고에 보내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그저 보통 공립학교에 보내고 싶을 뿐인데, 이게 큰 욕심입니까?"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송파청소년수련관 강당에 모인 '헬리오시티' 입주민 300명 중 한 명이 한 말이다. 사방에서 "옳소!" 소리가 터졌다.

이 모임은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이번 달 입주가 시작되는 국내 최대 아파트 단지 헬리오시티 주민들에게 앞으로 단지 안에 들어설 학교를 모두 '혁신학교'로 하겠다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공청회였다.

단지 안에 생길 학교는 가락초·해누리초·해누리중 세 곳이다. 이걸 전부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게 서울교육청 방침이다. 입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끓어오르자 지역구 의원이 이 자리를 주선했다.

혁신학교는 진보·좌파 교육감이 2009년부터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강의식 수업 대신 토론·참여식 수업을 하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입시 경쟁엔 불리하다'는 이유로 학부모들 사이엔 별 인기가 없다. 진보 교육감들이 혁신학교마다 연간 5500만원씩 운영비를 추가 지원해가며 응원하고 있으나, 혁신학교 보내겠다는 학부모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기존 학교는 현행법에 따라 학부모·교사 50%의 동의를 받아야 혁신학교로 전환되지만, 신설 학교는 교육감이 임의로 지정할 수 있다. 서울교육청이 헬리오시티 안에 생길 학교 세 곳을 혁신학교로 점찍어 놓은 이유다. 이날 교육청 관계자들은 혁신학교의 장점을 강조했다. "혁신학교의 핵심 가치는 민주적 학교 운영과 민주적 토론식 교육과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하는 얘기는 초점이 달랐다. 교육청 주장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왜 우리가 무조건 그 주장에 따라야 하느냐"고 했다. 특정 교육감과 특정 진영이 올바르다고 믿는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왜 생각이 다른 모든 사람이 거기 찬동해야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기존 학교는 동의를 받으면서 신설 학교는 교육감 마음대로 혁신학교로 정하다니 날치기와 다를 게 뭐냐" "혁신학교 임의 지정이야말로 교육감 독재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 학부모는 "이대로 가면 혁신학교 보내기 싫은 사람은 학비가 비싼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거나 이사라도 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학부모는 "초등학생은 거주지에 따라 학교를 배정받는데 우리가 신설 학교에 간다는 이유로 무조건 혁신학교에 보내야 하면 우리 선택권은 어디 있는 거냐"고 했다. 학부모들은 "단지 안에 자사고 세워달라는 얘기도 아니다. 일반 학교와 혁신학교 '선택권'을 달라는 것뿐"이라고 했다.

다급해진 교육청 관계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교육청이 여러 가지 지원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지원, 원치 않는다"는 반박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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