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거품 빼자더니 이재원 69억, 양의지만 웃게 됐다

입력 2018.12.05 23:51

올해도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선수 몸값 거품 빼기는 물건너가는 것일까.
FA 빅3라고 불리우던 최 정, 이재원이 원소속구단 SK 와이번스 잔류를 선택했다. SK는 5일 최 정과 6년 총액 106억원, 그리고 이재원과 4년 총액 69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SK는 하루에 무려 175억원을 투자했다.
사실 이번 FA 시장은 많은 야구인들이 기대 속에 지켜봤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올시즌 도중 FA 선수들의 몸값 상한액을 4년 기준 80억원으로 정하려 애썼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대신 구단들은 몸값 상한액 도입 당위성을 말하며, FA 몸값 거품 빼기 없이는 구단들이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론을 제기했다. 그리고 "올해는 다르다. 꼭 지켜봐달라"라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SK가 터뜨린 너무 큰 첫 축포로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SK는 최 정의 계약에 대해 6년 계약이기에 그렇게 무리한 투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총액 100억원 돌파는 상징성이 크다. SK도 처음에는 80억원을 마지노선으로 책정했으나, 이미 자신과 비슷한 레벨의 선수들이 100억원을 훌쩍 넘는 돈을 받는 걸 지켜본 최 정에게 총액 100억원을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최 정은 그나마 낫다. 거품 빼기 차원에서 보면, 이재원의 69억원 계약에 대해서는 SK 내부에서도 '과한 것 아닌가'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야구계에서는 이재원의 능력치와 시장 상황 등을 봤을 때 40~50억원 정도를 적정가로 책정했었다. 우승 프리미엄 포함 액수다. 이재원이 훌륭한 포수, 타자인 건 부인할 수 없지만 그동안의 기록과 포수로서의 리드-수비력을 감안하면 70억원 가까운 금액이 지나치게 높은 감이 있다. 연봉만 무려 12억원. 지난해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10억원 기록을 세웠는데, 이를 다시 깨버렸다. 강민호는 현재 양의지와 함께 리그 최고 포수로 인정받고 있다.
금액 뿐 아니다. 최근 옵션 비중을 높이며 선수들에게 건강한 긴장감을 조성하고자 했던 분위기까지 뒤엎어버렸다. 최 정은 보장 100억원에 옵션 6억원, 이재원은 69억원 중 옵션이 없다. 이재원의 경우 처음에는 옵션 비중을 많이 뒀으나, 결국 협상을 하며 선수쪽에 주도권을 빼았기고 말았다.
SK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프랜차이즈 스타 예우, 우승 프리미엄, 야구 실력 외 인성과 팬서비스 등을 얘기할 수 있지만 이는 지난 수년 간 '양치기 소년' 역할을 하며 몸값을 끌어올린 구단들이 했던 변명과 다를 게 없다. SK 염경엽 감독은 시즌 중 단장으로 일할 때 "우리 선수들이지만, 무리한 요구를 하면 리그 발전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다른 영입 경쟁팀이 크게 없었다. SK가 조급할 이유가 없었다.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맨스다.
이제 남은 대어는 양의지. 양의지가 함박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SK의 시작이었다. 양의지가 낫다, 이재원이 낫다 순위를 매기기는 힘들지만 공-수 모두에서 양의지가 이재원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는 야구인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 양의지는 자신을 영입하고자 하는 경쟁팀이 없더라도, 원소속팀 두산에 당당하게 자신의 요구를 할 수 있는 처지가 됐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가 이미 계약을 마친 선수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면, 이는 두산 그룹이 SK 그룹에 비교를 당하는 일이 되고 만다. 자존심 문제다.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았기에 최 정이 받기로 한 금액보다 높아져야 하고, 계약 년수는 낮아져야 한다. 시장 기준이 생겼기에, 주판알 튕기기를 마친 다른 구단이 영입전에 참전이라도 한다면 몸값은 천문학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진짜 구단들이 이번에는 투자액을 크게 줄이는 것일까'라고 걱정하던 다른 FA 선수들도, 자신감을 더 갖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됐다. 이번 FA 시장이 유독 잠잠했던 이유는 구단들의 강력한 메시지에 그동안 주눅들지 않았던 선수들이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SK가 한국시리즈 우승 기분을 너무 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FA 계약을 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왜 구단들이 상한액을 규정으로 정하려 했겠는가. 제도적 장치 없이는 서로 지키지 못할 걸 알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구단이 돈을 많이 준다는데, 그걸 받는 선수 잘못은 없다. 결국, 다 구단들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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