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규정도 안 만들고 준다는 '출산장려금 250만원'

입력 2018.12.06 03:01

與野, 내년 10~12월 한시지급 합의… 운영계획·지급 효과 검토도 없어

내년 10월부터 아이를 낳는 산모에게 1인당 250만원씩 출산장려금을 주겠다는 정책이 법 마련 등 준비 없이 뒤죽박죽으로 추진돼 논란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출산장려금을 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등도 한국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국회에서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새로운 제도가 탄생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한국당은 2016년 최교일 의원이 발의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을 손봐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일단 예산안부터 통과시키고, 법적 근거는 나중에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다 보니 관련 법 조항은커녕 출산장려금 제도를 어떤 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평균적인 산후조리 비용이 이쯤 된다'며 금액은 250만원으로 정했다. 한 해 태어나는 아이의 수는 33만명으로 추정하고, 내년에는 3개월만 지급하니 정부와 지자체가 2063억여원을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자체 협의도 없었는데….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제대로 추진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투입 비용 대비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검토 없이 추진되는 것도 문제다. 저출산 극복 효과를 보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인프라를 갖추기보다 현금부터 쥐여주는 정책이 저출산 해결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선진국은 인프라부터 구축하고 현금 지원을 늘리는데 우리는 반대로 간다"고 했다.

정작 20~30대 부부들은 혼란스러울 뿐 크게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9월 30일에 낳으면 못 받나" "2020년에 낳으면 안 주나" "이런다고 아이를 더 낳을 사람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당 제안의 바탕엔 2년 전 최교일 의원이 발의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이 있다. 출산장려금을 1인당 1000만원씩 주자는 내용이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출산장려금을 2000만원씩 연중 주자고 했다. 그러면 6조6000억원이 든다. 결국 지난달 28일 국회 복지위 심의 과정에서 석 달간 250만원씩 주자는 데 여야가 합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하자는 건지 우리도 아직 잘 파악이 안 된다"고 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비용을 반씩 대야 하는데 과연 지자체가 선뜻 좋다고 할지, 기존에 지자체별로 주던 출산장려금(출산지원금·출산축하금 등)은 중복 지급되는 것인지, 내년 12월 이후에도 계속 줄지 관둘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것이다. 출산장려금류의 '현금 수당'을 조금만 주던 수도권 지자체들은 갑자기 많은 예산을 새롭게 편성해야 한다.

그러니 20~30대 사이엔 "임신 시기를 조절해 무조건 10월 이후에 낳아야겠다" "내년 9월에는 애 낳는 사람이 없겠다"는 농담이 오간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내년 10~12월뿐 아니라 내년에 태어난 모든 아이에게 소급 적용하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그 말대로 1년 내내 주려면 2063억원이 아니라 8250억원이 필요하다.

최교일 의원이 2년 전 여당 의원 신분으로 1000만원 얘기를 꺼냈을 때 복지부는 "출산율 제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당시 한국경영자총협회 등도 "기존 양육수당과 중복될 뿐 아니라 현행 보육 제도 운영도 어려운데 막대한 재원을 들여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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