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野 3당의 '선거법 헛발질'

입력 2018.12.06 03:13

선정민 정치부 기자
선정민 정치부 기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정의당이 5일 청와대 앞에서 선거제 개편 촉구 기자회견을 열려다가 막판에 철회했다. 대신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3당은 "문 대통령과 여당이 선거 전에는 '선거제 개편'을 공약하더니 이제 와서 입장을 바꿨다"고 했다. 3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문 대통령까지 참여하는 '5당 선거제 담판' 회동도 요구했다.

그러나 선거제 개편은 대통령의 '결단' 사항이 아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국회가 선거법을 개정해 통과시키면 끝날 문제인데 왜 대통령을 끌어들이느냐"고 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겠다던 국회가 자신들의 소관 사항마저 대통령에게 들고 가 징징거리는 꼴"이라고 했다. "국회가 스스로 업신여김 당할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는 지난 10월부터 여야가 참여하는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선거제 개편 논의를 진행해왔다. 지난 3일에는 정개특위가 지역구 감소를 13~33석 선에서 막고, 의원 정수 증가는 20~30명 정도로 하는 '절충안'을 포함해 세 가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방안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3당은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에 소극적이다"라며 '대통령 결단'을 요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27일 G20 정상회의 출국 길에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선거구제 개편을 이번에 꼭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이 정도 말한 것은 국회 논의 결과에 따르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선거제 개편의 주도권은 국회로 넘어온 상태다. 야 3당이 선거제 개편을 원한다면 민주당과 한국당부터 설득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소수당 의석은 늘고, 거대당 의석은 줄어들 공산이 크기 때문에 양당은 부정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선거제도 개편을 예산안과 연계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3당은 지난 4일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무기한 연좌 농성에 돌입하면서 "선거제 합의가 안 되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기 어렵다"고 했다. "예산안 처리만큼 선거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는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의무인 반면 선거제 개편은 정당들 간에 의석을 놓고 벌이는 수 싸움 성격이 있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헌법상 의무를 내팽개치면서 '정치 개혁'을 내거는 것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회 일각에선 "소수당들이 '내부 단합'을 위해 투쟁하듯 선거제 개편을 다루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선거제 개편을 얻겠다고 예산안을 지연시킨다면 오히려 국민 여론만 더 나빠질 뿐이다. 야 3당은 선거구제를 바꿔 손쉽게 의원 숫자를 늘릴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자신의 권한에 속한 일부터 충실히 해 국민 지지를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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