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짜놓다 얼굴 내민 北, 협상안도 없이 시간끌기 작전

조선일보
  • 안준용 기자
    입력 2018.12.05 03:23

    北, 트럼프 '1~2월 정상회담' 발언하자 곧바로 美와 비공개 접촉
    北은 정상담판 직행 원하는데 美 "실무협상 필요", 양측 기싸움

    미·북이 비공개 판문점 접촉을 가진 것은 지난달 8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예정됐던 양측 고위급 회담이 하루 전 돌연 취소된 지 26일 만이다. 당시 북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면담이 불발되자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이후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2월 중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밝힌 직후 미·북 판문점 채널이 다시 가동된 것이다. 3일 판문점 접촉은 북측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미·북이 서로의 의중을 확인하길 원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미측은 '정상회담 전 심도 깊은 고위급 회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북측은 '가능하면 고위급 회담을 건너뛰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담판하겠다'는 입장이라 양측 간 기 싸움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北, '시간 끌기'로 美 길들이기"

    3일 판문점 접촉에서 미·북 협상에 뚜렷한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추가 비핵화 카드를 제시하지도 않았고, 고위급 회담과 정상회담 일정 등에 관한 합의점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상 간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대화 의지를 확인한 수준이었단 얘기다. 미국 내에선 "사실상 앤드루 김 CIA 센터장의 후임 대화 라인을 인수인계하는 자리였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전형적인 '시간 끌기' 수법으로 미국 길들이기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내 고위급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2월 정상회담' 개최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2차 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짓고 싶어 고위급 회담을 미뤄온 측면이 있다"며 "다만 북한도 고위급 회담을 건너뛰기 어렵다는 점은 알고 있어 연내 개최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고위급·실무 회담 진전 없이 미측이 또다시 앤드루 김 센터장을 통해 판문점 채널을 가동한 것은 북한 의도대로 대화가 흘러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그간 미·북 비핵화 협상을 막후에서 조율해왔지만, 연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에 북한이 그의 퇴임 전 대화 채널을 가동해 미측의 의중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美 "실무 협상 없인 정상회담 없다"

    미 조야(朝野)에서도 "충분한 실무 협상 없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북측 전략에 말려들어 정상 간 '빈손 회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3일(현지 시각) VOA(미국의소리) 방송에서 "미·북 정상회담은 양국 간 실질적 진전 후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미국은 무엇을 줄 용의가 있는지 논의하는 건 실무선에서 다룰 일이지 정상들이 만나 처리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두 정상이 만나 무엇을 논의할지조차 모르겠다"고 했다.

    미 정부의 대북 압박 기조도 계속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1일(현지 시각) 연례 국가안보 토론회에서 '중국·러시아·북한 중 어느 나라가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냐'는 질문에 북한을 꼽았다. 그는 "긴급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북한이 문제"라며 "북한이 제재를 피하려 하지만, (비핵화) 진전을 보여야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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