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한국의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

조선일보
  • 한현우 논설위원
    입력 2018.12.05 03:16

    1980년대 음악 좀 듣는다는 10대들은 어김없이 '레드 제플린파(派)'와 '딥 퍼플파'로 나뉘었다. 하드록에서 양대 산맥 밴드를 각각 추종한 세대였다. 서로 자기네 밴드가 낫다고 입씨름했다. 그런데 집에 가서는 모두 퀸을 들었다. 퀸의 음악은 록인데 멜로디는 팝이어서 따라 부르기 좋았다. 그 밴드 정점에 록 오페라 '보헤미안 랩소디'가 있었다.

    ▶이 노래는 1975년 발표됐지만 국내에선 1989년까지 금지곡이었다. 사유는 명확하지 않다. 살인을 노래한 가사 탓이라는 설, 보헤미아가 당시 공산국가였던 체코 지명이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금지곡이라면 더 기를 쓰고 들으려고 했다. 해적판 LP와 카세트테이프, 음악다방을 통해 널리 퍼졌다. "엄마/ 방금 사람을 죽였어요" 하다가 "어릿광대여 민속춤을 추겠나/ 갈릴레오 피가로" 하는 식으로 황당한 가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요령부득이다. 

    [만물상] 한국의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관객 600만명을 넘겼다. 영화 '아저씨'와 '미션 임파서블' 수준이다.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퀸의 고향 영국이 흥행 1위, 한국이 2위다. 단순 음악영화도 아니고 밴드 일대기를 다룬 자전적 영화가 이런 대박을 터뜨린 적이 없다. 중년 관객들 중엔 영화 보다 눈물 흘리는 사람도 꽤 있다. 어릴 때 듣던 노래들을 쾌적한 극장에서 좋은 사운드로 들으며 추억에 젖는다. 아무리 그래도 놀랍고 특이한 흥행 성적이다.

    ▶어떤 작품이나 예술가가 유독 한국에서 인기 높은 현상은 여러 번 있었다. 감성 피아노를 대표하는 조지 윈스턴과 유키 구라모토는 본국에선 무명에 가깝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알랭 드 보통이 그들 나라보다 한국에서 인기 높다. 보헤미안 랩소디 역시 한국인의 어떤 감정선을 건드린 모양이다. '주말에 달리 할 건 없고 마침 경쟁 영화도 없고'가 흥행 이유라고도 한다. 틀린 말도 아니다. 한국 영화 관객은 연 2억2000만명으로 국민 1인당 4.3편꼴이다. 일본(1.4편)은 물론이고 프랑스(3.9편)보다도 많다.

    ▶노래를 절대 광고에 빌려주지 않는 비틀스와 달리 퀸은 사용료만 내면 얼마든지 노래를 쓰게 해준다. 광고를 통해 노래를 접했던 젊은 관객들이 "그게 퀸이었어?" 하며 영화에 빠져든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극장을 찾는 경우도 많다. 이유야 어찌 됐든 오랜만에 영화 한 편이 부모와 자식 세대를 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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