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美 경제, 내년부터 '찬바람'

입력 2018.12.05 03:13

방현철 경제부 차장
방현철 경제부 차장
"가구가 가득 차 있는 불 꺼진 방에 들어갔다고 합시다. 어떻게 하죠? 천천히 걷겠죠. 가끔 멈춰야 하죠. 더듬어 길을 찾아야겠죠. 정책 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최근 댈러스에서 열린 강연에서 한 말이다. 향후 경제 상황을 '시계(視界) 제로'라고 보는 속마음을 내비친 건데, 과거처럼 과감한 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고백을 한 셈이다. 혹시 금리를 너무 느리게 올려 경제에 거품을 키우는 건 아닌지, 아니면 너무 빨리 올려 성장 불씨를 꺼트리는 건 아닌지 따져보겠단 뜻이기도 하다.

겉보기에 미국 경제는 순항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성장률을 2.9%로 전망한다. 미국의 기초 체력을 뜻하는 잠재 성장률은 1.8%쯤인데, 그보다 훨씬 빠르게 실물 경제가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같으면 당장 온 나라가 '축포'라도 터트릴 만하다. 하지만 미국에는 파월 의장처럼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많다. 당장 내년 이후가 걱정이다. 세계 1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 제목을 '비행기 착륙시키기(Landing the Plane)'로 잡았다.

감세(減稅) 같은 약발이 떨어지면 미국 경제의 고공 비행은 멈출 수 있다고 봤다. 내년 성장률은 2.5%, 후년엔 1.6%로 떨어진다는 예상이다. 올해 골드만삭스의 전망 보고서 제목이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As good as it gets)'였는데 한 해 사이에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JP모건은 미국 성장률이 아예 내년에 1.9%로 크게 감속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 경제가 어두워져도 대타(代打)로 나설 나라가 있다면 우리로선 괜찮다. 하지만 내년엔 미국은 물론 일본, 유럽, 중국 등의 성장 전망도 올해보다 어둡다. 로이터통신이 전 세계 경제학자 500명을 설문조사했더니 내년 세계 성장률 전망은 3.6%로 올해(3.8%)보다 낮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세계경제가 동시 하강하는 건 3년 만이다.

내년엔 미국부터 시작해 세계경제에 찬바람이 분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GM의 대규모 구조조정도, 반도체 고점(高點) 논란도 다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신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대통령도, 여당도, 정부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없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올 10월 발리에서 열린 IMF 총회에서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을 향해 "(세계경제에)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0년 전 글로벌 금융 위기보다 더 심할 수 있다"며 "각자 지도자들에게 적절히 대응하라고 재촉하라"고 했다. '경제 한파(寒波)'가 올 것을 미리 알리고 대비하자고 하는 것도 국가 지도자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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