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 '담판 1번' 펜타닐이 뭐기에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입력 2018.12.04 03:00

    헤로인 100배 독성… 中서 유입… 美 유통 마약성 진통제의 70%
    작년 국가보건 비상사태 선포도

    1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세기의 회담'이라 불릴 정도로 관심이 쏠렸다.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향배가 달린 회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담 뒤 나온 미국 측 발표문의 첫 번째 합의사항은 전혀 뜻밖의 내용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펜타닐을 규제 대상 약물로 지정하는 데 동의했고, 펜타닐을 미국에 판매하려다 적발된 중국인을 중국에서 극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길 기내(機內) 기자간담회에서 "시 주석과 합의는 펜타닐 문제에서 게임 체인저(판도를 바꾸는 결정적 요인)가 될 수 있다. 내게 어마어마한 일이다"라고 했다.

    펜타닐은 헤로인의 최대 100배 독성을 지닌 초강력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다. 미국에서 불법 유통되는 오피오이드의 70%가량이 펜타닐이다. 오피오이드는 작년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다.

    미 정부를 긴장시킨 것은 '오피오이드 전염병(epidemic)'이라고 부를 정도의 거침없는 확산세였다. 2013년까지만 해도 2000~3000명 선이던 오피오이드 중독 사망자 숫자는 작년 2만9418명이 됐다.

    오피오이드 유통 경로를 정밀 추적했던 미 정부가 밝힌 '악의 근원지'는 중국이었다. 지난해 2월 미·중 경제안보 검토위원회는 '판타닐:중국의 치명적 대미 수출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의 제약·화학 공장에서 조제된 펜타닐 등 마약들이 미국으로 직접 유입되거나 캐나다·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으로 흘러들어왔다는 내용이다.

    일각에선 이를 '신(新)아편전쟁'이라고 했다. 19세기 중반 영국산 아편 수입 금지령을 내렸던 청나라와 아편 수출국 영국이 치른 전쟁에 빗댄 것이다. 당시 아편 피해국이던 청나라의 후신 중국은 이제 가해국으로 뒤바뀌었다.

    미국은 '실력 행사'에 나섰다. 2017년 9월 미시시피주와 노스다코타주에서 펜타닐 등을 대량 유통시킨 혐의로 중국인 2명을 체포했고, 올해 8월 또 미국 37개 주 등에 펜타닐 유통 혐의로 중국인 2명을 추가 기소했다. 지난 4월에는 국무부·재무부가 중국 펜타닐 밀수 조직원 5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하지만 소탕작전으로는 부족했다. 제약 관련 중국 정부 규제가 허술하고, 중국 당국의 단속 의지도 약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중 담판에서 마약이 테이블에 오른 이유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의 펜타닐 규제 강화에 "훌륭한 인도주의적 조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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