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부시家

조선일보
  • 임민혁 논설위원
    입력 2018.12.04 03:16

    미국에 첫 부자(父子) 대통령을 낳은 애덤스가(家)는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2대 존 애덤스는 차남이 알코올중독으로 서른한 살에 죽었고, 6대 존 퀸시 애덤스는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세기 최고 영예를 누린 케네디 집안도 가족사(史)는 암살과 사고사로 점철돼 있다. 지난 주말 세상 뜬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은 가장 행복한 정치 명문가로 꼽힐 만하다. 3대에 걸쳐 대통령 둘, 연방 의원, 주지사를 줄줄이 배출했을 뿐 아니라 가족끼리도 화목하고 순탄한 삶을 살았다. 두 퍼스트레이디도 온화한 인품으로 사랑을 듬뿍 받았다.

    ▶미국에서 두 명 이상 연방 의원을 낸 가문은 700곳이 넘는다. 브루킹스연구소가 이 중 '10대 정치 명가(名家)'를 꼽았는데 부시가는 케네디·루스벨트·록펠러가와 함께 앞쪽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부시가는 '어떤 집안보다 향후 영향력을 이어갈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물상] 부시家
    ▶부시가는 후대로 갈수록 정치적 입지가 올라갔다. 조지 HW는 아버지 프레스콧 S가 재선 상원 의원이었고, 본인은 단임 대통령이었으나 장남은 대통령 재선에 성공했다. 플로리다주지사를 지낸 차남 젭이 '세 번째 부시 대통령' 도전에 실패했지만, 그의 아들 조지 P가 '가업'을 잇지 않을까 주목받고 있다. 2014년 텍사스주 토지집행관에 당선된 조지 P는 잘생긴 외모에 아프가니스탄 군 복무 경력, 멕시코 출신 어머니 같은 표심을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을 갖췄다. 공화당은 그를 차세대 대선 주자로 점찍어 놓고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워싱턴포스트가 부시가의 경쟁력을 분석했다. "케네디·레이건처럼 다른 정치인들이나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을 확 잡아끄는 매력은 없다. 특출난 카리스마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평범하고 소탈함이 주변 인물들의 헌신을 이끌어낸다"고 했다. 부시가는 1900년대 초부터 철강·석유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귀족 중의 귀족이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은 부시가를 '동부 귀족'이 아니라 자신들과 비슷한 부류로 여기며 친숙해한다"고 했다.

    ▶미국이라고 세습 정치에 대한 비판이 없는 건 아니다. 부시가도 그런 비판을 부담스러워했다. 젭 부시는 2016년 대선 도전 때 의도적으로 성(姓)을 빼고 '젭! 2016'이라는 캠페인 로고를 썼다. 출정식에 아버지와 형도 초대하지 않았다. 정치인 신인 때 '가문'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성공한 정치인이 되려면 가문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부시가의 영광은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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