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251] 기모노를 입은 佛화가의 아내

조선일보
  •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2018.12.04 03:10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1840~1926)가 아내 카미유(Camille)를 모델로 그린 대형 초상화다. 카미유는 두꺼운 원단에 험상궂은 일본 무사가 수놓인 새빨간 기모노를 둘러 입고, 다다미 바닥에서 춤을 추듯 몸을 돌리고 서 있다. 주위에 널린 여러 점의 부채에는 온통 알록달록한 일본의 채색 목판화인 우키요에(浮世)가 붙어 있다.

    클로드 모네, '일본 여자', 1876년, 캔버스에 유채, 231.8 x 142.3 cm, 보스턴미술관 소장.
    클로드 모네, '일본 여자', 1876년, 캔버스에 유채, 231.8 x 142.3 cm, 보스턴미술관 소장.
    1876년 인상주의의 두 번째 전시회에 이 작품을 출품하면서 모네가 붙였던 원제목은 '일본풍(Japonerie).' '일본풍(風)'이란 당시 파리를 비롯한 유럽의 문화 전반을 휩쓸었던 일본의 영향을 일컫는 신조어였다. 1854년 미국과 조약을 맺으며 오랜 쇄국을 포기한 일본은 정책적으로 런던과 파리의 만국(萬國)박람회를 통해 도자기와 부채, 우키요에 등을 서구에 선보였다. 그중 특히 낯선 풍경과 이국적인 인물들이 깊이감 없는 평면적 구도에 밝은 원색으로 그려진 우키요에는 서양의 전통적인 화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많은 화가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당시에 우키요에와 부채 등을 수집하고 일본풍의 색채와 소재를 작품에 차용했던 화가는 모네뿐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그림은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일본 여자'라고 불리게 됐다. 그러나 풍성한 금발머리 가발을 쓰고 프랑스 국기의 삼색(三色)이 어우러진 부채를 펼쳐 든 카미유는 자기가 실은 '일본 여자'가 아니라 최신 유행을 즐기는 '프랑스 여자'라는 걸 강조한다. 카미유와 모네가 요즘 사람들이었다면 틀림없이 '일본풍'이 아니라 K 팝(Pop)에 매료되어 BTS의 한정판 캘린더를 벽에 걸고, 손에는 찬란한 조명이 빛나는 '아미밤'을 쥐고 흔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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