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낙서에 마리안상도 깨져…시위에 쑥대밭 된 파리

입력 2018.12.03 17:18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가 반(反)정부 폭력 시위로 격화하면서 수도 파리의 상징물 개선문이 낙서로 얼룩지고 주변 건물이 부서지는 등 ‘낭만의 도시’ 파리에 지우기 어려운 상처가 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샹젤리제의 전투 장면이 해외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며 우려할 정도다.

마크롱 대통령이 2일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귀국하자마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에투알 개선문 광장이었다. 토요일인 전날 30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이곳에서 폭력 시위를 벌인 여파로 문화재가 훼손되고 주변 상점과 차량 등이 파손됐다.

2018년 12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시위 중 낙서로 뒤덮인 개선문 주변을 다음 날 환경미화원이 청소하고 있다. /트위터
특히 개선문은 마크롱 정부를 향한 분노를 담은 낙서로 뒤덮였다. 개선문 외벽에는 ‘마크롱은 물러나라’ ‘노란 조끼가 승리한다’ ‘반달리즘(문화유산·공공시설 파괴 행위) 만세’ 등의 글귀가 다양한 색깔의 스프레이로 써졌다. 개선문은 1806년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승리한 나폴레옹 1세의 지시로 1836년 건립됐다. 프랑스 군대의 승리를 상징하며, 파리의 대표적 관광 명소다.

개선문 내부에 세워진 마리안상의 얼굴 한쪽도 파괴됐다. 마리안은 ‘자유, 평등, 박애’란 프랑스 혁명 정신을 상징하는 여성상이다. 그러나 시위대의 눈에는 프랑스 정부가 소유한 문화재에 불과했다. 개선문 앞 ‘무명용사의 묘’도 훼손되는 등 이번 시위로 인한 문화재 피해 규모가 수백만 유로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개선문 내부에 세워진 프랑스 혁명의 상징인 마리안상이 파손됐다. /트위터
이날 프랑크 리스터 프랑스 문화장관은 "개선문에 대한 공격은 프랑스의 상징, 가치, 역사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한 파리 시청 공무원은 "20년간 파리 문화재와 관련한 업무를 해왔지만, 개선문이 이렇게 망가진 적은 없었다"고 개탄했다.

개선문 주변과 샹젤리제 거리의 상점과 차량도 파손됐다. 시위대는 명품 매장과 고급 음식점이 즐비한 거리에서 돌을 던져 창문을 깨고 가게를 털고, 차량을 불태웠다. 프랑스 중심가 루아얄 거리에 있는 상점 디오르, 샤넬 등 6곳은 시위 다음 날 깨진 창문을 갈고 간판을 수리했다.

2018년 12월 1일 프랑스 파리 개선문에서 폭력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CNN
지난달 17일 이후 3주간 이어진 이번 시위는 1968년 사회 변혁 운동 68혁명 이후 50년 만의 최악의 폭력 사태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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