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반도 안 살았잖아, 내 말 믿어요” 꼰대 아닌 진짜 어른의 말을 들어보니

입력 2018.12.03 10:18 | 수정 2018.12.03 10:27

"여러분은 아직 인생을 반도 안 살았잖아. 그러니 내 말을 믿어요."
- 92세 현역 디자이너 노라노

"야망을 가지면 일 그르치니 건달처럼 사세요"라고 조언하는 92세 현역 디자이너 노라노와 "인격의 핵심은 성실성"이라고 설파하는 99세 철학자 김형석./조선DB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김지수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문화부장이 2015년 7월부터 매주 토요일 연재한 인터뷰 시리즈다. 철학자 김용옥, 작곡가 진은숙,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 등 지금까지 누적된 인터뷰는 120여 편. 한 편당 소요된 글자 수가 평균 1만 자, 200자 원고지 600매에 달하는 분량이다.

저자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라는 타이틀로 한 켜의 거품 없이 단단한 존재의 벽돌로 자기를 쌓아 올린 ‘자아의 달인’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한 분 한 분 새로운 어른이 소개될 때마다 ‘산전수전 반전의 따스한 지혜’에 위로받았다. 그들이 들려준 말은 삶이 그 증거이기에 공허하지 않았고, 그들이 살아낸 삶은 그들이 살아낸 시간이 그 증거이기에 울림이 컸다.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김지수 지음 | 어떤책 | 314쪽 | 1만6000원
지금까지 인터뷰를 본 조회 수만도 170만 회. 특히 윤여정, 마크 E. 윌리엄스, 송승환, 하라 켄야, 이순재 인터뷰 등은 SNS에 2000건 넘게 공유되며 사랑받았다. 대부분 60세가 넘는 나이로, 자기 영역에서 30년 이상 일해 온 이들은 삶과 일에 관한 통찰이 날카로웠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인물들의 인터뷰 16편을 수록했다. 평균 나이 72세, 여전히 현역으로 사는 16인의 인생들이다.

예술가, 기업가, 철학자, 과학자, 종교인 등 직업은 다르지만, 인터뷰들을 모아 놓고 보니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성취의 업적에 압도당하지 않고 ‘일한다’는 본연의 즐거움을 오래 누릴 줄 알았다. 올해 99세가 된 철학자 김형석은 "인격의 핵심은 성실성"이라며, 성실과 성품의 공학적 인과관계를 증명했다. 92세 현역 디자이너 노라노 선생의 ‘건달론’은 어떤가. "남의 내 비위 안 맞춰 주니 내가 먼저 내 비위에 맞춰 줘야 한다"는 그의 말은 자기 억압이 곧 생존이라 여기며 숨죽이던 우리들의 숨통을 틔워준다.

한 어른의 말은 마치 파도타기하듯 다음 어른의 생으로 이어졌다. 예컨대 "이것으로 충분하다"며 자제력을 권했던 디자이너 하라 켄야의 생활 미학이 재일학자 강상중의 "나를 궁지에 몰지 말라, 올인하지 말라"는 강렬한 자기 선언으로 매듭지어지는 식이다.

고령 사회를 다루며 청년 세대에게 노년 세대를 짐 지우고, 이것이 우리 사회의 패착이 되리라 예측하는 세태 속에서 이 어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안도감을 준다. 지금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면, 평균 연령 72세, 그윽하게 발효된 ‘프로 인생러’들의 지혜에 귀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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