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질주극' 피해자의 딸 "판사님, 댓글 신경 쓰지 마세요"

조선일보
  • 신수지 기자
    입력 2018.12.03 03:00

    금고 2년 판결에 비난 쏟아지자 14세 소녀 법원으로 편지 보내
    "재판에서 가해자 혼내주신 것 저는 모두 들어… 감동받았다"

    지난 7월 부산 김해공항 국제선 출국장 게이트 앞에서 짐을 내려주던 택시 기사가 가해 차량인 BMW에 들이받히기 직전의 모습(윗 사진). 아래 사진은 사고 이후 파손된 BMW 차량이다.
    지난 7월 부산 김해공항 국제선 출국장 게이트 앞에서 짐을 내려주던 택시 기사가 가해 차량인 BMW에 들이받히기 직전의 모습(윗 사진). 아래 사진은 사고 이후 파손된 BMW 차량이다. /블랙박스 영상 캡처·부산지방경찰청

    "판사님, 인터넷 댓글은 신경 쓰지 마세요. 감사드립니다."

    지난달 27일 부산지법 서부지원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김모양이었다. 열네 살이다. 김양은 최근 인터넷을 달궜던 '김해공항 BMW 질주 사건' 피해자의 막내딸이다.

    김양 아버지는 택시 기사다. 아버지는 지난 7월 부산 김해공항 국제선 출국장 게이트 앞에서 손님의 짐을 내려주다 항공사 직원인 정모(48)씨가 몰던 BMW 승용차에 치였다. 현재 의식은 돌아왔지만 전신 마비 상태다.

    정씨가 몰던 BMW 차량은 당시 제한 속도(시속 40㎞)의 3배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다 김양 아버지를 들이받았다. 이 장면을 담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정씨는 지난 23일 부산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금고(禁錮) 2년을 선고받았다. 금고는 감옥에 수감되지만 징역과 달리 노역을 하지 않아도 된다.

    선고 직후 인터넷에선 판결을 한 양재호 부장판사를 비난하는 댓글들로 도배가 됐다. "처벌이 너무 가볍다" "미친 판결" 같은 댓글들이었다. 피해자의 두 딸이 엄벌을 탄원했는데도, 피해자의 친형이 7000만원을 받고 합의한 점이 양형에 반영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비난을 샀다. 그러나 대법원 양형기준은 교통사고 치상으로 중상해가 발생한 경우 금고 8개월~2년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양형기준상으로는 가장 높은 형을 선고한 것이다.

    중학교 2학년생인 김양은 편지에서 "주위에서 큰아빠가 합의를 했고, 교통사고는 사람을 죽여도 집행유예로 대부분 풀려나온다고 했다"며 "가해자를 집행유예로 풀어주지 않고 계속 감옥에서 반성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재판을 받고 나오니 판사님을 비난하는 댓글이 가득하다"며 "하지만 판사님이 가해자에게 잘못된 부분을 반성하도록 하는 말씀을 해주셔서 감동받았다"고 했다.

    김양은 "제가 판사님께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기 위해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고도 했다. 실제 김양은 '판사님이 저희 탄원서를 한 번도 빠짐없이 읽으시고 그에 따라 재판을 했습니다. 저는 이번 사고의 금고 2년이라는 선고를 아쉽지만 잘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정씨 재판은 지난 8월부터 5차례 열렸다. 김양은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매번 법정에 나와 재판을 지켜봤다고 한다. 김양은 "아직 놀기만 좋아하는 아이지만 꼭 판사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다음에 제가 성인이 돼 꿈을 이루고 다시 한 번 만나 뵙고 싶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