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손정의가 미쳤는가, 우리가 몽매한가

조선일보
  • 조중식 국제부장
    입력 2018.12.03 03:15

    6년 연속 적자인 쿠팡에 손정의는 '미래' 보고 2조 투자
    現 정부는 과거만 들쑤시며 미래 위한 생산적 담론 外面

    조중식 국제부장
    조중식 국제부장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이 최근 전자상거래기업 쿠팡에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를 투자했다. 쿠팡은 2013년 창업 이래 단 한 해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누적 적자가 1조8818억원이다. 이런 기업에 왜 손정의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나. 우리 사회는 그 답을 모른다. 손정의가 미쳤는가.

    전자상거래업체는 고객으로부터 온라인으로 상품 주문을 받아 창고에서 그 상품을 꺼내 배송해주는 일을 한다. 업(業)의 본질을 유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쿠팡은 그것을 부정해왔다. 자신들은 '테크(기술) 기업'이라는 것이다.

    쿠팡이 취급하는 상품은 수백만 건, 하루 배송은 150만 건이다. 상품을 각지 물류창고의 어느 위치에 어떤 순서로 쌓아두느냐는 문제는 배송 시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선식품, 농산물, 공산물 등 상품에 따라 천차만별인 유통기한과 주문의 빈도를 감안해 최적의 위치에 보관하고 재고 관리를 하는 문제는 고차 방정식이다. 배송 루트와 순서를 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를 사람을 많이 투입한다고 해결할 수 없다. 기술의 영역이다. 쿠팡 본사 직원 3000명 중 1200명가량이 데이터 전문가들과 컴퓨터 엔지니어들인 이유다. 어떤 지역, 어떤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을 어느 정도 간격으로 얼마의 수량을 주문하는지 미리 안다면 재고 관리와 배송 시간 단축에 획기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쿠팡은 그 문제를 빅데이터 분석과 소프트웨어 기술로 해결하려 한다. 수년간의 적자는 그런 기술과 물류센터 구축에 들어간 투자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 기술의 오차도 적자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손정의는 그 기술의 오차를 줄여나간다면 아마존과도 경쟁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내 3대 유통 공룡 롯데쇼핑과 이마트, 현대백화점 시가총액은 각각 6조원과 5조4000억원, 2조2000억원이다. 손정의가 2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평가한 쿠팡의 기업 가치는 10조원(약 90억달러)이었다. 손정의가 미쳤는가, 우리가 세상이 변하는 줄 모르고 몽매한가.

    지난달 22일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0조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어땠을까. 테슬라는 창업 이래 15년 동안 단 한 번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 지난 2분기엔 역대 최대 규모인 7억1750만달러(약 8100억원) 손실을 봤다. '모델3' 생산 차질이 심각하고, CEO인 일론 머스크가 '상장 폐지' 운운하는 헛소리까지 하면서 "곧 망할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사람도 생겼다. 그런데도 테슬라 시가총액은 현대차의 3배가 넘는 67조원이다. 시장이 미쳤는가, 우리가 몽매한가.

    문재인 대통령이 "자동차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며 "물 들어올 때 노 젓자"고 이야기한 게 현대차 시총이 20조원 밑으로 떨어지기 이틀 전이다. 많은 사람이 뜬금없다고 여긴 이 말이 왜 나왔을까. 이 정부는 현대차는 과거이고 테슬라가 미래인 것을 모른다.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충전소가 얼마나 많이 깔리고 있는지 모른다. 프랑스는 전력 공기업 EDF가 전기차 충전소 7만5000개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한 산업은 재료·생산·판매·유통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가치사슬 속에서 전방위적으로 뒷받침돼야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이 정부는 살피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정부 핵심부에서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담론을 제대로 제기하고 주도한 적이 없다. 채용 비리, 사법 거래,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위안부 재단, 강제징용…. 계속 과거만 들쑤시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몽매한가, 감당할 능력이 없어 외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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