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노동계 不法' 팔짱만 낄 건가

입력 2018.11.30 03:14

곽창렬 사회정책부 기자
곽창렬 사회정책부 기자

매년 붉은 띠를 두르고 투쟁을 외쳤던 현대차 노조가 올해는 7월에 임금안(案) 도장을 찍었다. 기본급은 4만5000원(호봉 승급분 포함)만 올리고 성과금·격려금은 지난해보다 줄어든 금액에 합의했다. 그랬던 현대·기아차 노조는 지난 21일 열린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사실상 주도했다. 민노총 전체 파업에 참가한 인원이 9만명(정부 추산)인데, 이 중 현대차와 형제 기업인 기아차 노조 조합원이 절대다수인 7만7000여 명이었다.

임금 협상을 마친 노조가 파업을 벌인 것은 '불법'이라고 현대차 사측은 규정한다. 현행 노조법 등에 따르면 노조가 파업하려면 임금·휴가 같은 근로 조건에 대한 이의(異議)가 있어야 한다. 또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있으면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쳐야 하며, 이 조정이 결렬돼야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현대·기아차 노조는 이런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 파업 목적도 근로 조건 문제가 아닌 해직자 복직,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같은 정치적 주제가 대부분이었다. 현대차그룹이 파업을 주도한 민노총 소속 노조 간부 11명을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최근 고소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하지만 노동계 안팎에선 과연 제대로 처벌이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불법 파업에 적용되는 '업무 방해죄'를 최근 사법부가 매우 까다롭게 해석하는 데다, 정부도 개별 기업의 불법 파업 관련 고소·고발을 최소화하고 있는 탓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계가 벌이는 '불법'은 점점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민노총은 툭하면 떼로 몰려가 지방노동청에서 농성한다. 시장실(市長室)을 점거하고, 대검찰청과 국회까지 가서 농성했다. 청와대 앞은 민노총 시위로 늘 어수선하다. 민노총 산하 유성기업 노조 조합원 10여 명은 회사 노무 담당 상무를 가둔 채 1시간여 동안 집단 구타해 코뼈를 부러뜨리고 눈뼈를 함몰시켜 전치 12주의 중상(重傷)을 입혔다. 지난해 정부에서 노조 설립을 인정받은 일부 CJ 택배 기사는 회사에 교섭권을 인정해달라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다른 택배의 반출까지 막아 택배 대란을 일으켰다. 그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노총 소속 노조원들의 최근 행동이 일부 대기업의 갑질보다 훨씬 더 악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는 정부와 사법 당국의 잘못도 크다. 고용자(경영자) 측의 사소한 갑질과 탈법에 대해선 필요 이상으로 '엄정'한 반면, 민노총에 대해선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이런 불법이 계속되면 국민에게 외면받는 날이 올 것이다. 정부는 노사 양측에 동등한 법치를 적용하고, 노동계는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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